나랏빚 50% 돌파, 브레이크는 아직 없다
나랏빚은 지금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내년 국가채무비율이 사상 처음 GDP의 절반을 넘어선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다른 쪽에서는 정부가 OECD 평균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라며 확장재정의 페달을 더 밟는다. 숫자는 같은데 해석이 갈리는 지점, 여기서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처음 넘은 50%, 그리고 가속 페달
기획재정부 재정운영계획에 따르면 2026년 국가채무는 1,413조 8천억원으로 늘어나 GDP 대비 비율이 올해 49.1%에서 51.6%로 올라선다. 사상 처음 50%대에 진입하는 것이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의 2026년도 첫 본예산은 728조원 규모로 편성돼 올해 대비 8.1%(54조 6천억원) 늘었는데, 이는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정부는 취임 직후에도 31조 8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소비쿠폰을 지급했다. 씀씀이가 커지는 속도가 세수 증가 속도보다 빠르다는 뜻이다.
적자는 이제 예외가 아니라 구조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2025~2029년 재정운영계획상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매년 54조~69조원 규모로 누적될 전망이며, 국가채무는 2029년 1,789조원까지 불어난다. 문제는 이 적자가 경기 침체 대응용 일회성 지출이 아니라 사회복지 등 의무지출 증가에서 비롯된 구조적 적자라는 점이다. 의무지출은 경기가 좋아져도 자동으로 줄지 않는다. 세수가 흔들리면 적자 폭만 더 벌어지는 구조다.
재정준칙, 10년 가까이 법으로 만들지 못했다
정부는 2020년 국가채무비율 60%, 관리재정수지 적자 GDP 대비 3% 이내를 관리 기준으로 삼는 재정준칙을 발표했고, 2022년에는 기준을 더 강화했다. 하지만 이를 법률로 명문화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여러 차례 국회에 발의되고도 처리되지 못한 채 계류를 반복해왔다. 야당은 재정준칙 법제화가 복지 예산 삭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해왔고, 여야가 바뀌어도 이 구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출은 매년 늘지만 지출을 묶어둘 법적 장치는 여전히 없다.
"OECD보다는 낫다"는 반론도 있다
정부와 여권 일부의 반박도 근거가 없지 않다. OECD 회원국의 일반정부 부채비율 평균은 100%를 넘고, 한국의 51%대는 절대 수치로만 보면 낮은 축에 속한다. 실제로 2024년 기준 한국의 총부채는 GDP 대비 49.7%, OECD 평균은 109.1%였다. 저성장·고령화 국면에서 재정이 성장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논리도 일리는 있다. 다만 한국은 미국·일본·유로존처럼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나라가 아니다. 자국 통화로 국채를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는 나라들과 같은 기준으로 안심할 처지는 아니라는 반박이 맞선다.
그래서 청구서는 결국 누구에게 오나
비기축통화국 가운데서는 한국의 부채비율이 이미 상위권에 속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채 발행이 늘면 시중 금리에 상방 압력을 주고, 이는 가계와 기업의 대출금리로 번진다. 재정 여력이 줄어든 상태에서 다음 위기가 오면 쓸 수 있는 카드도 그만큼 줄어든다. OECD 대비 양호하다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 말이 재정준칙 법제화를 미룰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여유를 확인하는 숫자가 아니라 지출에 제동을 거는 법이다.
분석 근거: 한국경제, 이투데이, 더퍼블릭, 나라살림연구소, 대한민국 정책브리핑(korea.kr), 나무위키 대한민국/부채 항목.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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