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파병은 명분보다 위험이 크다
정부가 검토 중인 호르무즈해협(이란과 아라비아반도 사이의 좁은 바다길) 파병에 대해 전현직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과거 이라크·베트남 파병 등 역대 국군 파병 사례와 견줘 '명분은 적고 위험은 크다'며 국익 훼손을 우려했다. 이들은 미국의 파병 요구를 받아들이면 군사적·정치적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8일 호르무즈해협 현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단을 파견했다.
파병이 현실화할 경우 당국자들이 꼽는 최대 경제적 위험은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한국의 원유 수입 차단이다.
한국은 원유의 70%와 액화천연가스(LNG)의 20%가량을 중동에서 들여온다.
이라크 파병과 다른 리스크
역대 파병 사례와 견주면 조건 차이가 뚜렷하다. 이라크 파병을 다뤘던 외교안보 당국자는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뒤 부대가 재건 임무를 맡았고 무력화된 이라크가 한국 국익을 해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지금도 미국과 전쟁을 벌이며 호르무즈해협 통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한국이 정찰·군수 지원 등 비전투 방식으로 미군을 돕더라도 이란이 미국의 공격에 동참하는 적대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게 당국자들의 판단이다.국군은 현재 레바논 동명부대 185명과 남수단 한빛부대 261명 등 유엔 평화유지군 466명, 소말리아 청해부대 257명 등 다국적군 270명, 아랍에미리트 아크부대 141명을 파견 중이며 유엔이나 다국적군 형식의 파병은 국제사회 노력에 동참해 국가 신인도를 지키는 명분을 준다. 그러나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조지 부시 행정부가 사담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의혹과 유엔 결의 위반을 내세워 미 의회의 무력 사용 승인을 받은 것과 달리 이번 전쟁은 의회 승인 없이 시작됐고 영국과 프랑스 등 주요 동맹국도 군함 파견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파병과 관련해 정해진 사항은 없으며 이번 조사가 실제 파병을 전제로 한 것도 아니라고 밝혔다. 전직 외교안보 당국자는 파병 결정을 서두르지 말고 중동 상황을 지켜보며 영국·프랑스가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기여 움직임에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반대 여론이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이라크 파병 때 국내 파병 반대 여론을 들어 미국을 설득해 협상력을 키웠던 경험이 이번에도 유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데일리 브리핑 구독
매일 아침 핵심 뉴스를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무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