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상승 후 외곽 수요 이동 시작됐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한강변 아파트 가격이 오른 뒤,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외곽 지역으로 수요가 옮겨가는 '갭 메우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지역 간 크게 벌어진 가격 차이가 좁혀지는 흐름이다.
갭 메우기는 세 가지 조건이 맞물릴 때 발생한다. 첫째 조건은 상급지와 하급지의 가격 격차 확대다. 핵심지 아파트가 단기간에 수억원씩 오르면 대출을 최대한 받아도 진입하기 어려운 가격 장벽이 생기고, 수요자 관심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곽으로 향한다. 둘째는 전월세 불안에 따른 실수요자의 매수 전환이다. 전세 매물이 줄고 전셋값이 상승하면 전세로 관망하던 무주택자가 매수를 고민한다. 셋째는 이를 뒷받침할 유동성과 금융 여건이다. 대출 규제는 필수 조건은 아니지만, 인기 지역이나 일정 금액을 초과하는 아파트의 대출이 제한되면 대출이 필요한 수요자가 규제 기준에 미달하는 지역과 주택으로 이동하면서 돈이 흐르는 방향을 바꾼다.
세 가지 조건이 맞물려야 한다
2006~2008년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는 2006년 3월 30일 투기지역 내 6억원 초과 아파트에 총부채상환비율(DTI) 40% 규제를 도입했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기준 2007~2008년 강남권 아파트 가격은 7.32% 하락한 반면 노원·도봉·관악 등 외곽 지역은 평균 30.74% 상승했다. 경기도에서도 과천과 분당이 18.53% 하락하는 사이 의정부와 일산 등은 평균 26.45% 올랐다.
같은 시기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렸지만 수출 호황으로 시중 유동성은 쉽게 줄지 않았다. 코스피는 2007년 7월 사상 처음 2000포인트를 돌파했고,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1년 만에 46조원에서 116조원으로 150% 넘게 늘었다. 대출이 상대적으로 쉬운 6억원 이하 지역으로 자금이 흘러갔다. 2020~2021년에도 세 조건이 동시에 충족됐다. 정부는 2019년 12·16 대책으로 서울 투기과열지구의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고 9억원 초과 아파트에 강화된 LTV를 적용했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50%까지 낮췄다. 2020년 7월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됐으며, 시행을 전후로 전세 매물이 줄고 전셋값이 상승하면서 세입자들의 매수 수요가 나타났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2020~2021년 수원·부천 등 경기 3그룹은 35.72%, 하남·광명 등 경기 2그룹은 32.30%, 의정부·일산 등 경기 외곽은 28.41% 상승했다. 노원·도봉·관악도 2018~2019년 4.84% 상승에 그쳤지만 2020~2021년에는 12.33% 상승했다. 과거 두 차례 사례에서 가격이 덜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상승 차례가 이어지지는 않았고, 가격 격차 확대, 전월세 불안, 유동성이 맞물렸다. 갭 메우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2년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흐름이 바뀌며 끝났다.
관망하던 세입자들이 매수 시장으로 뛰어들며 이른바 '패닉 바잉'이 시작됐다.
두 시기 모두 시중 유동성이 풍부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돈이 만들어진 경로는 달랐지만 대출 규제를 피해 진입하기 쉬운 지역으로 흘러간 결과는 같았다. 가격보다 거래량이 먼저 움직이는 만큼 외곽 지역 거래량이 빠르게 늘어나면 유동성이 이동하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대출 규제가 존재할 때 수요가 집중되는 금액 기준선은 2006년의 6억원과 2019년의 15억원 수준이었다. 전셋값이 오르며 매매가격과의 차이가 줄면 내집 마련에 나서는 임차인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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