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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실장, 고환율·고물가 상황 속 경제 진단

박세미박세미 기자· 2026. 5. 27. AM 5:19:55· 수정 2026. 5. 27. AM 5:19:55

코스피가 8000선을 회복하며 1만 선 돌파 전망도 나오는 가운데, 물가와 환율 불안이 경제 위기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란 전쟁 등으로 달러 수요가 늘어난 것이 환율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환율 불안은 경제 전반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어, 고물가·고환율 현상이 증시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지난 5월 22일 원화 가치가 1달러당 1520원을 넘었다. 당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소셜미디어에 다시 등장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장관급 정책실장의 진단은 정책과 정치의 연관성을 보여준다. 김 실장은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을 한국 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성공의 비용'으로 규정했다. 그는 이를 위기의 전조가 아닌, '도약의 마찰음'이라고 진단했다.

금리 상승은 돈의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달러 강세, 즉 다른 주요 통화 약세는 달러 수요 증가의 결과다. 그 배경에는 세계 각국의 막대한 자금 수요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의 천문학적인 AI 투자가 진행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감세와 재정 확장을 통한 경기 부양을 원한다. 2027회계연도 국방예산으로 1조 5000억 달러가 의회에 요청됐다.

세계 경제 2위인 중국도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고 있다. 막대한 국가부채를 안고 있는 일본 역시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확장을 추진한다. 유럽 국가들도 방위비 증액, 에너지 전환, 인프라 개선, 산업 경쟁력 제고 등에 투입하는 재정을 늘리는 추세다. 이들 국가의 투자는 미래를 위한 막대한 자금 수요를 발생시킨다. 이러한 국가들의 장기적인 투자와 재정 확대는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미·중 대결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경제 효율성을 낮춰 고물가로 이어졌고, 이는 금리 수준을 높이는 요인이 됐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 속에서 빚으로 경제를 유지해 온 주요 선진국 정부의 이자 부담도 커졌다.

한국 경제는 '잘 만드는 것'이 잘 팔리는 시대의 수혜를 볼 위치에 있다. AI 투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이 절대적이다. 에너지 인프라와 방산 분야에서도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있다. 세계 각국이 필요로 하는 상품들이 한국이 잘 만들고 수출하려는 품목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한국 역시 미래 투자에 따른 재정 지출 필요성이 크다. AI 시대 대비 인프라 구축, 기술 개발, 저출산·고령화 대응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이 49%대까지 상승했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기업 이익이 폭증하면서 정부 세수 증대 가능성도 높다. 투자의 시대, 한국 경제는 피해보다 수혜에 가까운 위치에 있다.

코스피 급등 속에서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는 눈길을 끈다. 5월 26일 종가 기준 달러/원 환율은 지난해 말보다 4.45% 상승했다. 원화 가치 하락은 물가 부담을 키우고 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 환율과 금리는 불가분의 관계다.

한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해 말 3.385%에서 5월 22일 4.064%로 20% 이상 급등했다. 이는 미국, 영국, 독일은 물론, 재정 적자와 정부 부채 부담이 훨씬 큰 일본의 금리 상승폭보다도 컸다. 이는 한국 금리 상승의 핵심이 재정 문제가 아닌 환율 불안에 있음을 시사한다. 환율 상승은 원화 자산 투자 외국인에게 환차손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지난해 75% 급등했던 코스피는 올해 들어서도 90.96% 상승했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포트폴리오 내 한국 비중이 갑자기 커지면서 차익 실현에 나설 이유가 분명해졌다. 올해 1월 1일부터 5월 26일까지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 금액은 96조 4000억 원에 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하다.

더 매력적인 곳에 투자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한국 증시의 매력이 월등히 높음에도 환율 불안으로 자금이 이탈한다면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의 이익 전망은 압도적으로 높고 금리 수준은 미국보다 낮다. 채권 대비 주식의 상대적 매력, 즉 일드갭(yield gap)으로 따졌을 때 한국의 매력이 뚜렷하다.

코스피의 일드갭은 미국, 일본과 비교해 월등히 높다. 미국 S&P500의 주식 이익 수익률과 10년 국채 금리는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채권 대비 주식 매력이 미미하다. 한국은 코스피 급등에도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8~9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익 수익률은 11~12% 수준이며, 10년 국채 금리와의 차이는 7%포인트 안팎이다. 이익 전망까지 고려하면 채권 대비 여전히 매력적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무역 흑자가 급증하며 외화 수급 여건이 개선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해외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해 기업들은 수출 대금 환전을 늦추는 경향이 있다. 수출 기업 입장에서 달러/원 환율 상승은 그리 불리한 환경이 아니다. 국민연금과 개인들의 미국 등 해외 금융 투자 수요는 여전하다.

문제는 증시 밸류에이션이 아니라 환율 변동성이다. 지난 4월 한국은행은 자본 유출 충격에 대한 원화의 민감도를 0.65로 추정했다. 이는 선진국 통화인 일본 엔화(0.38)보다 훨씬 높고 신흥국 평균(0.71)에 가까운 수치다. 한국은행 김지현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차이의 원인으로 외환 시장의 깊이(depth) 부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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