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유 153달러를 버틴 한국, 원유 70% 중동 의존은 그대로다
한국 경제는 지금 두 장의 에너지 성적표 사이에 서 있다. 한쪽에는 중동 전쟁 속에서도 G20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올해 성장률 전망을 끌어올린 숫자가 놓여 있고, 다른 쪽에는 원유의 70%를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 건너에서 받아오는 지도가 놓여 있다. 두 장이 지금까지는 모순 없이 함께 읽혔다는 것, 그 자체가 이번 분석의 출발점이다.
성장률 2.6%, 유가가 아니라 반도체가 만든 흑자
미국 한국경제연구원(KEIA)이 6월 발간한 랜들 존스(Randall S. Jones) 전 OECD 선임경제학자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2026년 성장률 전망은 2.6%로, 에너지 쇼크 속에서 전망치를 올린 G20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올해 1분기 GDP는 전분기 대비 1.7% 늘어 2020년 이후 최대 폭이었고, 경상수지 흑자는 GDP의 12%를 넘길 전망이다. 다만 안쪽을 열면 그림이 달라진다. 5월 반도체 수출이 전년 같은 달보다 169.4% 급증하며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처음 40%를 넘었고(42.3%), 자동차는 5.9%, 가전은 21.7% 각각 줄었다. 유가 상승분을 반도체 한 품목이 덮어낸 구조다.
두바이유 153달러의 순간, 드러난 지도
미국-이란 전쟁 발발 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이 되면서 두바이유는 배럴당 153.25달러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8월에도 두바이유는 84달러대, 브렌트유는 90달러선을 오르내렸다. 문제는 수입 구조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집계로 원유 수입에서 중동산 비중은 70% 내외다. 정유사 설비가 중동산 저질유에 최적화돼 있어 다른 유종으로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석유화학의 원료인 나프타는 수입의 77%가 중동산이고 재고는 10~15일치뿐이었다. 여천NCC가 업계 처음으로 불가항력 선언을 내놓은 이유다.
LNG는 바꿨는데, 원유는 그대로
가스는 다른 이야기다. 한국가스공사는 2028년부터 10년간 연 330만t의 미국산 LNG를 추가 도입하는 계약을 맺었고, 중동산 LNG 비중은 2024년 33%에서 2025년 말 20% 미만으로 떨어졌다.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물량도 14%로 낮췼다. 한미 관세 협상에서 4년간 1000억 달러 규모 미국산 에너지를 사기로 합의한 것도 같은 방향이다. 수입선 다변화가 계약으로 실행되면 결과가 나온다는 실증이고, 원유는 그 반대 사례로 남았다.
| 품목 | 중동 의존도 | 비고 |
|---|---|---|
| 원유 | 약 70% 내외 | 2024년 약 72% (KIEP) |
| 나프타 | 77% | 재고 10~15일분 |
| LNG | 20% 미만 | 2024년 33%에서 하락(가스공사) |
유가가 다시 오르면 어떻게 되나
전문기관들의 시나리오는 대체로 일치한다. 유가가 오르면 성장은 깎이고 물가는 붙는다.
| 시나리오 | 전망 | 발표 기관 |
|---|---|---|
| 두바이유 150달러 | 성장률 최소 0.8%p 하락 | 현대경제연구원 |
| 고유가 장기화 | 2026년 소비자물가 +1.0~1.6%p | 한국개발연구원(KDI) |
| 호르무즈 2개월 봉쇄 | 두바이유 고점 150~170달러 | 에너지경제연구원 |
세금 깎고 추경 쓴 대응의 한계
정부의 답은 시장 밖에서 나왔다. 3월에 휘발유 세금을 15%, 디젤을 25% 깎고 석유제품 가격통제를 시작했으며 4월에는 26.2조 원 규모의 추경을 짰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마감됐다. 단기 완충으로는 통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전략비축유 규모가 세계 7위라는 점, 분쟁이 장기화되지 않으면 유가가 내려온다는 OECD의 가정도 반론의 근거다. 그러나 세금 인하는 유가가 오를수록 재정에서 새는 돈이 커지는 구조고, 공급망 자체를 바꾸지는 못한다.
이번 쇼크가 남긴 기록은 분명하다. 반도체 흑자는 유가 급등 한 번을 견디게 해줬지만, 두바이유 153달러가 보여준 취약점을 지우지는 못했다. LNG의 사례는 다변화가 계약 하나하나 쌓여 이뤄지는 작업임을 증명했다. 원유 70%라는 숫자는 그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휴전이 와도 이 지도를 다시 그리는 비용은 유가가 내려간 지금이 가장 싸다.
분석 근거: 미국 한국경제연구원(KEIA) 랜들 존스 분석 보고서(2026.6), KIEP 중동 원유 의존도 보고서, KDI 유가-물가 분석, 현대경제연구원 오일 쇼크 시나리오,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망, 한국가스공사 발표, 연합뉴스·에너지경제신문 보도.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데일리 브리핑 구독
매일 아침 핵심 뉴스를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