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beTimes

미국이 3년 막은 칩, 중국은 90%를 스스로 만들었다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 9. 3. PM 3:04:14· 수정 2026. 9. 3. PM 3:04:21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최상위 칩의 대중 수출을 여러 해째 막았다. 결과는 목표와 정반대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중국 AI 칩 시장의 90%가 중국산으로 채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통제는 중국을 멈추지 못했고, 대신 세계에서 가장 큰 잠재 시장을 화웨이에게 넘겼다. 그리고 그 파도는 이제 한국이 지키던 메모리 시장으로 넘어온다.

규제가 키운 자급률

트렌드포스 집계로 중국의 고성능 AI 칩 출하량은 연평균 83% 늘었고, 엔비디아와 AMD의 중국 점유율은 10%까지 떨어진다. SMIC와 상하이화홍반도체의 AI 칩 생산도 연평균 50% 성장해 올해 500만 개에 이른다.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화웨이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내년 50%로 확대되는 반면 엔비디아는 한 자릿수로 밀려난다고 봤다. 규제 강도와 자급화 속도가 정확히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셈이다.

지표수치전망 주체
중국 AI칩 자급률(2026년)90%트렌드포스
엔비디아·AMD 중국 점유율10%로 하락트렌드포스
중국 고성능 AI칩 출하 증가율연평균 83%트렌드포스
화웨이 중국 점유율(내년)50%번스타인

열린 문, 닫힌 지갑

미국은 올해 초 H200의 대중 수출을 허용했다. 조건은 판매액의 25%를 수수료로 낸다는 것. 그런데 사줄 사람이 없다. 중국 정부는 일부 기술기업에 H200 구매 계획을 중단하라고 지시했고, 구매를 허용하더라도 자국 칩을 함께 사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을 열었는데 손님이 들어오지 않는다. 칩 무역이 시장의 계산이 아니라 정부 간 협상 카드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전장이 칩에서 메모리로 옮겼다

AI 칩의 다음 병목은 HBM이다. 미국은 2024년 12월 고사양 HBM의 대중 수출을 제한했고, 이 제재의 직접 대상은 엔비디아가 아니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다. 그 공백을 중국이 채운다. CXMT(창신메모리)는 자체 HBM3를 화웨이 칩에 결합했고, 중국 정부 지원 아래 'HBM 연합'까지 꾸렸다. 서울경제는 화웨이의 자체 HBM을 2028년 이후 한국 반도체의 구조적 리스크로 평가했다.

시점CXMT 글로벌 D램 점유율(옴디아·업계 전망)
2025년 2분기3.97%
2025년 4분기7.67%
2029년약 15%

매일경제에 따르면 CXMT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100억~1,200억 위안으로 추산되고, 중국 증시 상장으로 설비 투자 재원까지 확보한다. DDR5 등 고부가 제품까지 나온 뒤다.

한국의 계산이 어긋나는 지점

미·중 어느 시나리오에서도 한국에는 온전한 이익이 없다. 중국 AI 칩이 늘어나도 한국 HBM은 대중 수출이 막혀 그 수요를 받을 수 없다. 반대로 규제가 풀리면 그 자리를 CXMT가 이미 차지하고 있다. 기술 통제는 상대를 멈추는 도구가 아니라 상대를 새 경쟁자로 만드는 도구였고, 그 경쟁자의 첫 수익 시장이 한국의 본진인 메모리라는 점이 문제다.

반론: 수량이 곧 품질은 아니다

공정하게 볼 반론도 있다. 중국산 칩의 성능은 여전히 미국 첨단 제품보다 낮다는 평가가 있고, 90%라는 자급률은 개수 기준이며 기술 격차의 해소를 뜻하지 않는다. 자체 HBM 양량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관측도 있다. 규제 완화 시 중국산 범용 메모리 공급이 늘어 가격이 내려가면, 한국이 고부가 HBM으로 차별화 이익을 볼 수 있다는 해석도 성립한다.

다만 그 해석이 성립하려면 격차가 벌어져 있는 동안에만 가능하다. 점유율 표가 보여주는 것은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가 아니라 좁혀지는 속도다.


분석 근거: 트렌드포스 전망 인용 글로벌이코노믹 보도, 옴디아 집계 인용 조선비즈, 번스타인 전망 인용 전자신문, 연합뉴스(The Information 인용), 매일경제, 서울경제.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데일리 브리핑 구독

매일 아침 핵심 뉴스를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무료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