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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보다 무서운 건 못 걷는 세금이다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 8. 1. PM 5:01:43· 수정 2026. 8. 1. PM 5:01:53

내년 한국의 국가채무는 처음으로 1400조원을 넘는다. 그런데 정작 재정 당국을 밤잠 설치게 하는 건 이 큰 숫자가 아니라, 3년째 반복되는 '세수 펑크'다. 곳간의 크기보다 곳간에 얼마가 들어오는지 예측하지 못하는 쪽이 더 위험한 신호다.

국가채무 1400조, 숫자만 보면 양호하다

기획재정부의 2026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국가채무는 1415조2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1400조원을 돌파하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1.6%로 오른다. 얼핏 위태로워 보이지만 2024년 기준 OECD 평균 국가채무비율이 74%, 미국·일본 등 기축통화국을 포함하면 108%를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여전히 하위권이다. 국민의힘 등 일각에서 '비기축통화국 평균보다 높다'는 반박을 내놓기도 했지만, 서울대 팩트체크와 IMF 자료 분석 결과 그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총량만 보면 한국 재정은 아직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3년 연속 뚫린 세수, 진짜 경고음

문제는 곳간에 얼마가 들어올지 정부 스스로 못 맞히고 있다는 데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9월 발표한 재추계에서 2025년 국세수입을 369조9000억원으로 낮췄다. 6월 추가경정예산 편성 당시 예상치(372조1000억원)보다 2조2000억원, 본예산(382조4000억원)보다는 12조5000억원 적은 수치다.

연도본예산 대비 세수 결손
2023년56조4000억원
2024년30조8000억원
2025년12조5000억원

결손 규모는 해마다 줄었지만 3년 내리 예산보다 덜 걷힌 건 한 번의 실수가 아니라 세입 추계 체계 자체의 구조적 오차를 말해준다. 경기 둔화와 수출 부진, 부동산·금융시장 위축이 겹칠 때마다 정부의 세수 전망이 먼저 무너졌다.

의무지출이 손발을 묶는다

2026년 예산안에서 법령상 반드시 지급해야 하는 의무지출은 387조7000억원으로, 총지출 728조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총지출은 전년 대비 8.1% 늘어난 반면 총수입 증가율은 3.5%에 그쳐 통합재정수지는 53조8000억원, GDP 대비 2% 적자가 예상된다. 실질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GDP 대비 4.0%에 달한다. 세입은 예측을 벗어나 흔들리는데 지출의 절반 이상은 법으로 고정돼 있으니, 경기가 나빠질 때 정부가 쓸 수 있는 재량의 폭은 갈수록 좁아진다.

확장재정이 답이라는 반론도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복지·연금 지출이 늘어나는 건 피할 수 없는 구조적 흐름이며, 경기 둔화 국면에서 재정을 조이면 오히려 세수 기반이 더 무너질 수 있다는 반론도 유효하다. 실제로 정부는 2026년 총지출을 8.1% 늘리며 경기 회복을 재정으로 뒷받침하겠다는 방향을 택했다. 다만 이 논리가 성립하려면 확장의 대가로 세입 기반을 넓히는 병행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숫자보다 신뢰가 관건이다

국가채무비율 자체는 아직 위험 신호가 아니다. 위험한 건 정부의 세입 추계가 매년 큰 폭으로 빗나가면서 재정운용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의무지출 비중이 늘어나는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다면, 남은 선택지는 세입 추계 모델을 현실화하고 재량지출의 우선순위를 냉정하게 가려내는 일뿐이다.


분석 근거: 기획재정부 2026년 예산안 및 국가재정운용계획, 기획재정부 2025년 국세수입 재추계 결과, 뉴시스, 서울대 팩트체크(SNU FactCheck), 경향신문 보도.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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