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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슈퍼사이클, 정작 사람이 없다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 8. 4. PM 5:02:23· 수정 2026. 8. 4. PM 5:02:31

한국 조선업은 지금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수주 곳간은 역대급으로 차오르는데, 그 배를 실제로 용접하고 도장할 사람은 갈수록 줄고 있다. 시장이 이렇게 크게 벌어들이는 산업에서 노동력만 마이너스로 가는 그림은, 산업정책이 아니라 노동시장 규제를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는 신호에 가깝다.

수주는 사상 최대, 현장 인력은 뒷걸음질

국내 조선 3사(HD현대·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의 2026년 상반기 누적 수주액은 300억 7천만 달러에 달했다. 세계 발주량이 전년 동기 대비 66% 늘어난 가운데 한국은 797만CGT(195척)를 수주해 점유율 19%, 전년 대비 60% 증가를 기록했다(이투데이·글로벌이코노믹). 반면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회원사 기준 국민 생산직 근로자는 2023년 8만7601명에서 2025년 7만2021명으로 줄었다. 일감은 늘고 손은 줄어드는 정반대 곡선이다.

외국인 노동자가 떠받치는 조선소

부족한 자리는 외국인 근로자가 메우고 있다. 조선업 이주노동자는 2021년 4512명에서 2024년 2만2824명으로 급증했고, 현장 외국인 근로자 비중은 2021년 약 5%에서 2026년 현재 25%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추산된다(인사이트코리아·N2데일리 취재 종합). 사실상 슈퍼사이클의 절반은 이주노동력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쿼터를 만지고, 시장은 사람을 원한다

정부 대응은 규제 완화보다 미세조정에 가깝다. 2026년 외국인력(E-9) 운용계획에서 조선업 별도 쿼터는 폐지되고 제조업 쿼터에 통합됐다. 숙련기능(E-7-4) 전환 쿼터는 2000명에서 3000명으로 늘었지만 이 중 조선업 배정분은 100~200명에 불과하다. 특별연장근로 한도를 연 90일에서 180일로 늘려 기존 인력의 노동시간을 더 뽑아내는 방식도 병행됐다. 사람을 늘리기보다 있는 사람을 더 쓰는 쪽에 가깝다.

지표2021~20232024~2026
조선업 이주노동자4,512명(2021)22,824명(2024)
국민 생산직 근로자87,601명(2023)72,021명(2025)
상반기 수주 점유율-19%(2026, 전년比 60%↑)

MASGA라는 두 번째 파도, 사람 없이 탈 수 있나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MASGA'와 LNG선 발주가 맞물려 2026~2033년이 조선 슈퍼사이클 2막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데일리안·브릿지경제). 미 하원 국방수권법안에 동맹국 조선 협력 조항이 반영되는 흐름도 우호적이다. 다만 이 장기 호황을 받아낼 숙련 인력 기반이 지금처럼 정체돼 있다면, 수주는 따내도 납기를 못 맞추는 병목이 현실화할 수 있다.

반론도 있다. 최근 조선업 생산직 초임이 월 655만원 수준까지 오르며 청년층 유입 사례도 나타난다는 보도(아시아경제)는, 임금 상승이 자연스럽게 국내 인력을 끌어들이는 시장 조정 국면이 이미 시작됐다는 근거로 볼 수 있다. 쿼터 확대보다 임금 신호가 먼저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비자 쿼터를 손으로 조정하는 방식은 수요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조선업처럼 발주 사이클이 급변하는 산업에서는 업종별 총량 규제보다 임금·숙련도 연동형 문턱을 낮추는 쪽이 병목을 줄인다. MASGA발 2차 호황이 온다면, 그 전에 이민 노동시장을 얼마나 유연하게 풀어놓느냐가 실제 수혜 규모를 가를 변수다.


분석 근거: 이투데이, 글로벌이코노믹, 부산일보, 인사이트코리아, N2데일리, 데일리안, 브릿지경제, 아시아경제.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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