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은 반등하는데 왜 지방은 계속 빈다는가
대한민국은 지금 두 개의 인구 통계를 동시에 들고 있다. 하나는 7년 만에 합계출산율 0.9명대 회복을 바라보는 반등의 숫자고, 다른 하나는 전국 시군구 열 곳 중 여섯 곳이 '소멸 위험' 딱지를 붙인 채로 있다는 숫자다. 아이는 조금 더 태어나는데, 지역은 더 빨리 비어간다. 이 모순이 지금 한국 사회의 인구 문제가 서 있는 자리다.
상반기 반등, 그러나 전국 평균일 뿐이다
올해 1분기 합계출산율은 0.95명, 4월과 5월은 각각 0.93명과 0.85명을 기록했다. 1~5월 누적 출생아 수는 12만2694명으로 1년 전보다 15.2% 늘었다. 이 흐름이 이어지면 2019년(0.92명) 이후 7년 만에 연간 출산율이 0.9명대를 회복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이 숫자는 전국 평균이다. 반등의 진원지가 어디인지, 즉 수도권인지 지방인지는 이 지표만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10곳 중 6곳이 이미 '소멸 위험' 단계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39세 여성 인구와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비율로 산출하는 소멸위험지수 기준으로, 2026년 6월 현재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 중 141곳(61.5%)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2018년 조사에서 이 비율이 39%(89곳)였던 것과 비교하면 8년 사이 위험지역이 절반 넘게 늘었다. 행정안전부가 별도로 지정한 '인구감소지역'도 89곳에 달하며, 관심 관찰 대상인 18곳이 추가로 모니터링 중이다.
| 구분 | 2018년 | 2026년 6월 |
|---|---|---|
| 소멸위험 시군구 수 | 89곳 (39%) | 141곳 (61.5%) |
| 전국 기초자치단체 수 | 228곳 | 229곳 |
9조 7500억원을 쓰고도 남는 질문
정부는 2022년부터 10년간 총 9조7500억원, 매년 약 1조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지자체에 배분해왔다. 그런데 2025년 말 기준 미집행액이 약 9500억원에 이른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이중차분법으로 정책 효과를 분석한 결과, 기금 시행 이후 인구감소지역의 평균 인구증가율이 비교지역보다 0.604%포인트 높게 나타났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돈은 편성됐는데 쓰이지 않거나, 쓰여도 인구를 붙잡는 효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사람은 수도권이 아니라 옆 도시로 옮겨간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인구감소지역의 80%에서 인구 유출 목적지가 수도권이 아니라 같은 시·도 내 중심도시라는 점이다. 군 단위에서 사람이 빠져나가 도청 소재지나 광역시로 몰리는 구조라면, 개별 기초자치단체 단위의 정주 사업만으로는 유출을 막기 어렵다. 행정안전부는 2026년 기금 운영 방향을 시설 조성 중심에서 실질적 인구 유입 성과 중심으로 개편했다고 밝혔는데, 방향 전환 자체는 타당하나 성과지표를 산출량(시설 규모, 행사 참여자 수)에서 정주 여건 개선으로 바꾸는 작업은 아직 진행형이다.
수도권은 세계 흐름과 반대로 간다
한국의 수도권 인구 비중은 2010년 42.1%에서 2023년 43.3%로 늘었다. OECD 37개국 중 24개국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추세인 것과 정반대다. 수도권 집중이 심하다고 평가받는 일본조차 27%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쏠림은 이례적으로 가파르다. 저출산 대응과 지방소멸 대응이 각기 다른 예산과 지표로 굴러가는 한, 전국 출산율이 오르더라도 그 증가분이 어느 지역에 쌓이는지는 별개의 문제로 남는다.
분석 근거: 통계청, 한국고용정보원, 행정안전부, 국회예산정책처, 부산일보, 뉴스핌, 한국경제.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