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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으로도 안 됐다"…황교안 신당 최고위원 후보, 트럼프에게 선관위 서버를 묻다

김근호김근호 기자· 9/14/2026, 8:51:11 PM· Updated 9/14/2026, 9:35:28 PM

자유와혁신 제2회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김영훈(기호 2번) 후보가 "1년 안에 자유와혁신의 이름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밝혔다. 부정선거 의혹을 규명하려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를 열어야 하는데, 그 열쇠를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찾겠다는 것이다.

당원들에게 공개된 정견발표에서 김 후보는 자신의 논법을 "병목 찾기"로 요약했다.

"부정선거의 병목은 딱 한 가지, 선관위 서버입니다. 서버는 법이 지키고 있고, 우리는 그 주변만 두드려 왔습니다."

이어진 문장이 핵심이다.

"계엄으로도 안 됐어요. 대한민국 안의 힘만으로는 파워게임에서 이미 밀렸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위에서 아래로, 탑다운으로 간다"는 것이 그의 공약이다. "한미 공조로 서버를 열면 10년짜리 싸움이 1년 안에 끝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되 "제 이름이 아니라 당의 이름으로 가겠다, 그래야 당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간다"는 설명도 붙였다.

'계엄으로도 안 됐다'가 가리키는 것

김 후보의 이 한 문장은 2024년 12월 3일 밤을 전제로 한다. 그날 계엄군은 국회와 함께 과천 중앙선관위로 향했다. 정보사 병력이 먼저 서버를 확보하고, 특전사와 경찰이 건물을 봉쇄한 뒤, 방첩사가 서버를 넘겨받아 조사한다는 것이 당시 계획이었다. 계엄군은 밤 10시 40분께 선관위 통합관제센터에 도착해 "여기가 서버실이냐"고 물었다. 투입 한 시간 전 현장 장교들 사이에서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느냐", "선관위에 들어갈 명분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오갔다.

즉 김 후보의 발언은 계엄의 선관위 서버 확보 시도를 실패한 시도로 규정하고, 그 다음 수단을 외국 정상에게서 찾는 구조다. 계엄의 위법성이 아니라 계엄의 '효과 없음'이 문제라는 인식이 발언 안에 그대로 들어 있다.

서버를 열지 못한 쪽이 법정이었던 것도 아니다. 2020년 총선 인천 연수을 선거무효 소송에서 대법원은 22시간에 걸친 수개표 재검표를 실시했고, 감정 결과 문제의 투표지들이 정상 투표지에 기표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판결문은 원고 측이 부정선거의 주체와 방법에 대한 증명책임을 다하지 않고 막연한 의혹만 제기했다고 적었다.

한미 공조라는 경로에도 전제가 하나 빠져 있다. 미국 대통령에게는 한국 헌법기관의 전산 설비를 열 권한이 없다.

판로를 뚫던 사람, 그리고 이민 개방론

김 후보는 스스로를 "정치인이 아닌 사업가"로 소개했다. 그는 회사 '영원'의 대표로, 다른 기업의 제품이 시장에 닿는 길을 대신 설계하고 실행해주는 이른바 GTM(고 투 마켓) 대행을 해왔다. 안 팔리는 물건이 왜 안 팔리는지를 찾아 그 지점을 뚫는 일이 그의 본업이었던 셈이고, 정견발표를 관통한 "병목을 찾아서 제거한다"는 말도 거기서 나온 언어다.

근거로 든 실적도 그 대행 업무에서 나왔다. 국산 CCTV 판매다. 지난해 12월 월 23건이던 판매가 아홉 달 뒤 558건이 됐다고 그는 말했다. 사람을 더 뽑은 것도 아니고 "막힌 곳 하나를 뚫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아홉 달에 24배, 그가 당원들 앞에 내세운 유일한 이력이다.

정견발표의 나머지 절반은 뜻밖에도 개방론이다. 그는 지금의 한국을 "소한민국"이라고 부른 뒤 "대인배의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자유를 지키고 혁신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전 세계인 누구든지 한국어 시험 하나로 대한민국의 문을 열어드리겠습니다."

똑똑한 사람들이 몰려오는 나라는 "총 한 발 쏘지 않고" 패권국이 되고, 그 나라를 북한 주민이 보면 정권은 스스로 무너진다는 것이 그가 말한 통일론이다. 반중·반이민 정서가 짙은 원외 우파 정당의 전당대회에서, 한국어 시험 하나로 국경을 열자는 공약이 같은 연설 안에 놓인 셈이다.

10월 24일 킨텍스

자유와혁신 제2회 전당대회는 10월 24일 경기 고양 킨텍스 제1전시장 1홀에서 열린다. 선출직 최고위원 선거에는 10명이 지원해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9명이 확정됐고, 선거운동은 10월 23일까지다. 후보는 기호 1번 이누림, 2번 김영훈, 4번 임우석, 5번 오자연, 6번 정윤상, 7번 강규남, 8번 정종태, 9번 문태광이다. 기호 5번 오자연 후보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올림픽공원 개표소 앞을 막아서 '올다르크'로 불린 인물이다.

자유와혁신은 2025년 7월 12일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국민의힘을 탈당한 뒤 창당한 원외 정당이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46명의 후보를 냈으나 전원 낙선했고, 황 대표 본인도 평택을 재선거에서 6.19%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판로를 뚫어온 사람의 눈에는 정치도 판로 문제로 보이는 듯하다. 막힌 곳은 선관위 서버 한 곳이고, 그 문을 열 열쇠를 쥔 거래처는 백악관이라는 것이 그가 당원들에게 내민 제안서다.

김 후보는 정견발표를 이렇게 맺었다. "최고위원 자리가 탐나서 나온 게 아닙니다. 이 당 안에 숨어 있는 영웅들을 세상이 알아보게 만들겠습니다." 그가 영웅을 찾겠다고 한 자리에서 함께 호명한 이름은 이순신과 세종대왕,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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