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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0,700원의 역설, 미만율 12.5%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8/1 19:02:18· Updated 2026/8/1 19:02:28

2027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700원으로 확정됐다.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아쉽다"는 말로 표결 결과를 받아들였고, 언론은 3.7%라는 인상률 숫자에 주목했다. 그런데 같은 시기 통계는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법이 정한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전체 임금근로자의 12.5%에 달하고, 자영업자 폐업 신고는 사상 처음 100만 건을 넘어섰다. 인상률과 준수율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이야말로 이번 결정이 던지는 진짜 질문이다.

표결로 끝난 협상, 숫자로 보는 간극

최저임금위원회 표결에는 재적위원 27명이 참여해 경영계 안(1만700원) 15표, 노동계 안 11표, 무효 1표로 마무리됐다. 노동계는 1만2000원에서, 경영계는 동결(1만320원)에서 출발해 열두 차례 수정안을 주고받으며 격차를 130원까지 좁혔지만 끝내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공익위원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2.55%와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2.7%를 근거로 1만600~1만860원의 심의촉진구간과 1만720원 중재안을 제시했으나 노사 모두 거부했다. 결국 시장 참여자의 자율 조정이 아니라 표 대결로 가격이 결정된 셈이다.

인상률은 낮아지는데 미만율은 오른다

연도최저임금(시급)전년 대비 인상률
20249,860원2.5%
202510,030원1.7%
202610,320원2.9%
202710,700원3.7%

2027년 인상률 3.7%는 역대 여덟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인상 속도가 완만해졌는데도 최저임금을 밑도는 근로자 비율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2024년 기준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는 276만1000명, 미만율 12.5%로 집계됐고 법정 주휴수당까지 반영하면 467만9000명, 21.1%까지 뛴다. 2001년 미만율이 4.3%였던 것과 비교하면 20여 년 사이 세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누가 법을 못 지키는가

미만율은 업종과 사업장 규모에 따라 극단적으로 갈린다. 숙박·음식점업이 33.9%, 농림어업이 32.8%로 가장 높고, 5인 미만 사업체는 종사자 열 명 중 세 명꼴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다. 이 구간은 대기업 협상력이나 노조 조직률과 무관하게 원가 구조 자체가 인건비 인상분을 흡수하기 어려운 곳이다. 최저임금이 일률적으로 오를 때 실제로 압박을 받는 것은 이런 영세 사업장이지, 대기업 저임금 직군이 아니다.

폐업 100만 시대와 겹쳐 읽기

2024년 폐업 신고 사업자는 100만8282명으로 1995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 100만 명을 넘었다. 폐업 사유의 절반 이상이 '사업부진'이었고, 폐업자 중 소매·음식점업 비중이 45%에 달했다. 최저임금 미만율이 가장 높은 업종과 폐업이 몰린 업종이 사실상 같은 자영업·서비스업 구간이라는 점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인건비 규정을 지킬 여력이 없는 사업장이 규정을 못 지키거나, 아예 문을 닫는 두 갈래 길로 갈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반론과 남는 질문

노동계 논리도 근거가 없지 않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2.7%인 상황에서 3.7% 인상은 실질임금 방어에 가까운 수준이며, 저임금 근로자의 생계비 부담을 고려하면 동결이나 소폭 인상은 오히려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를 무력화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주장은 미만율 12.5%라는 현실, 즉 이미 상당수 사업장이 현행 기준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놓고 봐야 균형이 맞는다. 단일 전국 최저임금이 업종별·지역별 지불 능력 차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면, 인상폭을 둘러싼 매년 소모전보다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분석 근거: 고용노동부 보도자료,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2024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 세계일보, 뉴스후플러스, KB의 생각.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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