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조 쏟고도 0.72명, 저출산 예산의 청구서
저출산 대응 예산은 지금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정부는 18년째 세금을 쏟아부었고, 그 결과표는 한동안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었다. 그런데 2025년 들어 출생아 수가 18개월 연속 늘며 합계출산율이 0.80명까지 올라섰다. 예산이 드디어 효과를 낸 것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이 작동한 것인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380조 원의 성적표, 숫자로 보면
2006년부터 2023년까지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투입된 금액은 누적 379조 8000억 원이다. 2006년 2조 1445억 원에서 시작해 2021년 46조 6846억 원, 2023년 48조 1680억 원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합계출산율은 2006년 1.13명에서 2023년 0.72명으로 떨어졌다. 예산은 20배 넘게 늘었는데 출산율은 오히려 3분의 1 넘게 깎인 셈이다.
| 연도 | 저출산 예산 | 합계출산율 |
|---|---|---|
| 2006 | 2조 1445억 원 | 1.13명 |
| 2015 | 20조 1985억 원 | 1.24명 |
| 2021 | 46조 6846억 원 | 0.81명 |
| 2023 | 48조 1680억 원 | 0.72명 |
| 2025(잠정) | - | 0.80명 |
돈은 늘었는데 왜 체감은 없었나
국회입법조사처는 저출산 예산 증가가 과대 계상된 측면이 있고, 그 증가분이 정책 수요자가 체감할 만한 가족 지원 확대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예산 항목에는 템플스테이 운영(약 700억 원), 프로 스포츠 우수 인재 발굴(22억 원), 만화·웹툰 산업 기반 조성(40억 원)처럼 출산·양육과 직접 연관이 없는 사업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부처마다 저출산 대책이라는 이름을 붙여 기존 사업 예산을 끌어다 쓴 결과다.
현금 지원은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한국의 가족 대상 현금 지원 규모는 2019년 기준 GDP의 0.32%로, OECD 평균 1.12%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2015년까지 GDP 대비 31.4%를 차지하던 현금 지원 비중은 2016년 11.5%로 급감한 뒤 회복하지 못했다. 예산 총액은 커졌지만 정책 무게 중심이 보육시설·주거 인프라 같은 간접 지원으로 옮겨가면서, 정작 가정이 매달 체감하는 현금 흐름은 늘지 않은 것이다. 2022년에는 청년·신혼부부 주거 지원이 전체 저출산 예산의 45%인 23조 3980억 원을 차지했다.
2025년 반등을 정책 성과로 볼 수 있나 (반론)
최근 흐름을 정부 정책의 성공으로 읽는 시각도 있다. 2025년 출생아 수는 25만 4500명으로 전년보다 6.8% 늘었고, 합계출산율도 0.80명으로 4년 만에 반등했다. 첫만남이용권(첫째 200만 원, 둘째 이후 300만 원)과 부모급여(0~11개월 월 100만 원) 같은 직접 현금성 지원이 확대된 시점과 겹치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 반등은 코로나19로 미뤄졌던 혼인이 2023~2024년 몰리면서 나타난 기저 효과와 겹쳐 있어, 예산 확대만의 성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예산이 아니라 구조를 봐야 하는 이유
18년간 380조 원을 투입하고도 반등의 진짜 원인을 특정하지 못한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단국대 정창률 교수 등은 공통적으로 일자리·주거·사교육비 같은 구조적 요인을 지목한다. 예산을 더 늘리는 대신 주택 공급 규제 완화, 보육 서비스 시장 개방, 여성 고용의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처럼 정부 지출 없이도 가계의 선택지를 넓히는 방향이 더 효율적인 자원 배분일 수 있다. 다음 저출산 예산안을 짤 때 규모보다 항목별 실효성 검증이 먼저 와야 하는 이유다.
분석 근거: 이투데이, 일요신문, MBC(imnews), 국회예산정책처, 국회입법조사처 자료.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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