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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가 AI 규제 시계를 돌렸다, 한국만 역방향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9/20 15:06:49· Updated 2026/9/20 15:06:59

세계에서 가장 엄격했던 AI 규제가 스스로 시계를 거꾸로 돌렸다. EU는 7월 27일 개정 규정 'AI 옴니버스'를 발효하며, 한 달 앞둔 8월 2일 적용 예정이던 고위험 AI 의무를 2027년 말 이후로 밀었다. 반면 한국은 올해 1월 22일 AI 기본법을 시행하며 '세계 첫 전면 시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같은 해, 반대 방향으로 걸어간 두 규제 사이의 거리가 벌어지는 이유를 숫자가 말해준다.

미뤄진 시행일, 흔들린 브뤼셀의 확신

AI 옴니버스는 지난해 11월 19일 EU 집행위원회가 제안했고, 유럽의회와 이사회는 올해 5월 7일 정치적 합의에 도달했다. 제안부터 발효까지 8개월이다. 느리기로 악명 높은 브뤼셀 입법 절차치고 이례적인 속도다. 급했던 이유는 분명했다. 예정대로라면 유럽 기업들이 기술 표준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고위험 AI 준수 부담을 떠안을 처지였기 때문이다.

생체인식·고용 규제, 최대 16개월 순연

연기 규모가 핵심을 보여준다.

고위험 AI 구분원래 시행일바뀐 시행일
생체인식·핵심인프라·교육·고용·이민·국경관리 등 (부속서 III)2026년 8월 2일2027년 12월 2일
기계·장난감·엘리베이터 등 제품 내장형 (부속서 I)2027년 8월 2일2028년 8월 2일

민감 영역 고위험 AI 의무가 통째로 16개월 순연됐고, 제품 내장형은 12개월 더 미뤄졌다. 집행위는 기술 표준과 지원 도구가 갖춰진 뒤 규제가 적용되도록 순서를 바꿨다고 설명한다.

경쟁력 회복이 규제 선도를 이겼다

옴니버스는 연기만이 아니라 규제의 살도 빼었다. 중소기업용 간이 요건을 중견기업까지 확대하고, 규제 샌드박스를 EU 차원의 새 창구로 넓혔다. AI 리터러시 의무도 간소화했다. 무게중심을 규제에서 혁신 쪽으로 옮긴 셈이다. 다만 무원칙한 후퇴와는 다르다. 동의 없는 성적 이미지를 만드는 이른바 누디피케이션 앱과 아동성학대물 생성 AI는 금지 항목에 새로 추가돼 올해 12월부터 적용되고, AI 오피스의 감독 권한은 오히려 강화됐다. 미룰 것은 미루고 막을 것은 바로 막는다는 계산이다. 집행위 스스로 '안전장치는 유지했다'고 밝힌 대목이기도 하다.

반대편에 선 한국, 겹치는 부담

한국 AI 기본법EU AI Act
제정2024년 12월 26일 국회 통과, 2025년 1월 21일 공포2024년 8월 1일 발효
전면 시행2026년 1월 22일 (세계 첫 전면 시행, 연합뉴스 보도)2026년 8월 2일 잔여 조항 적용
고위험·고영향 AI법 시행과 함께 의무 부과2027년 12월~2028년 8월으로 연기

한국은 EU가 돌려준 시간을 쓰지 못했다. 생성형 AI 표시 의무와 고영향 AI 사전 관리·영향평가가 이미 현실이 된 상태에서, EU는 같은 의무를 2년 가까이 벌어줬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두 법을 동시에 충족하는 이중 부담이 커진 셈이다. EU가 '표준이 먼저다'라며 확보해준 시간을 규제 정합성 설계에 쓸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규칙의 가치는 예측 가능성에 있다

정해진 규제를 적용을 앞두고 되돌리는 것 자체가 비용이다. 투자 계획을 세웠던 기업에는 정치적 리스크로 기록된다. 반대로 시행된 규제 속에서 홀로 무거운 짐을 지는 것도 비용이다. EU의 이번 결정은 두 비용을 저울에 올린 결과물이고, 한국이 저울질을 끝냈다고 말하기엔 근거가 없다.


분석 근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디지털전략 사이트(EC Digital Strategy — 'AI omnibus enters into force', 'EU agrees to simplify AI rules' 발표문), AI Act 시행 타임라인(artificialintelligenceact.eu), 위키백과 '인공지능 기본법' 문서(국회 입법 기록 및 연합뉴스·BBC 인용).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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