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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개국 설탕세 시대 한국의 관건은 맞춤 설계다

박세미박세미 기자· 2026. 9. 7. PM 8:47:48· 수정 2026. 9. 7. PM 8:47:48

설탕이 많이 든 음료에 세금을 매기는 '설탕세'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 2024년 7월 현재 최소 116개국에서 시행 중인 가운데, 도입 여부보다 한국 실정에 맞는 설계가 정책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진단이 7일 나왔다. 이 같은 지적은 한국조세정책학회와 한국납세자연합회가 이날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연 조세정책세미나에서 나온 것으로, 참석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를 그대로 옮기기보다 국내 소비 구조와 저당·제로(무설탕) 제품 확산 추세, 식품업계의 제품 개발 방식을 반영해 과세 범위와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짚은 변수는 적지 않다. 대체당을 과세 대상에 포함할지부터 과자·초콜릿·빵 등 다른 고당 식품과의 형평성, 부담금의 실제 가격 전가 정도, 소득계층별 부담, 기업의 제품 재설계 효과까지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은 저당화, 덴마크는 폐지

해외의 과세 설계는 국가마다 다르다. WHO 자료를 보면 탄산음료에 한정해 과세하는 국가가 있는가 하면 주스와 에너지음료, 가당 차·커피까지 대상을 넓힌 곳도 있다. 당 함량에 따라 세율을 차등 적용하거나 인공감미료가 든 음료까지 과세에 포함하는 사례도 있다. 영국은 2018년 도입한 소프트드링크산업부담금(SDIL)에서 음료의 당 함량에 따라 부담금을 달리 물리는 차등 과세로 기업의 저당화를 이끌어낸 대표 사례로 꼽힌다. 기업이 부담금을 피하려 제품 당 함량을 낮추도록 유도한 방식이다. 남혜정 동국대 교수는 "영국의 설탕부담금은 단순히 소비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제품 재배합을 유도한 사례"라며 "부담금 도입 효과를 평가할 때 소비량 변화와 함께 기업의 저당화 등 시장의 구조적 변화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멕시코와 태국 등에서도 과세 뒤 소비량에 변화가 나타났다. 그러나 소비 감소가 비만이나 만성질환 등 궁극적인 건강 개선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는 별도로 따져야 한다는 것이 참석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 감소만으로 효과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실제 건강 지표와 소비자의 대체 선택까지 함께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덴마크는 폐지 사례다. 가당음료 세금을 운영해 오다가 2013년 세율을 인하한 데 이어 2014년 폐지했다. 독일·스웨덴 등 이웃나라로 소비가 이동하는 국경 간 쇼핑 문제와 국내 기업 부담, 행정비용이 폐지 배경이었다.

과세 범위 설정도 변수다. 참석 전문가들은 음료에만 부담금을 붙이면 과자·초콜릿·빵·아이스크림 등 다른 고당 식품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짚었다. 반대로 대상을 광범위한 식품으로 넓히면 행정비용과 업계 부담이 커지는 만큼 어떤 식품을 어떤 기준으로 구분할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가격 전가 문제도 제기됐다. 참석 전문가들은 법률상 부담금 수준이 같아도 기업이 일부를 흡수하거나 유통 단계에서 인상 폭이 달라지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효과와 소득계층별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노정란 명지대 교수는 "건강증진이라는 정책 목표 자체는 중요하지만 가격 규제가 실제 건강 개선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며 "소비 감소뿐 아니라 대체당이나 다른 고당 식품으로의 소비 이동, 소득계층별 부담, 기업의 저당화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정책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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