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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 전력망 앞에서 멈추다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 7. 26. AM 9:02:17· 수정 2026. 7. 26. AM 9:02:25

AI 붐은 지금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자본은 서울과 경기에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며 몰려드는데, 정작 그 땅 밑 전력망은 그 수요를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시장은 뛰는데 인프라는 걷는 이 격차가, 2026년 한국 AI 산업의 진짜 병목이다.

신청은 522건, 승인은 10건

2024년 8월부터 2026년 3월까지 수도권 데이터센터 전력계통영향평가 1차 기술검토 신청은 522건, 용량으로는 33.6GW에 달했다. 전체 신청 736건 중 71%가 수도권에 몰린 결과다. 그런데 CBRE 보고서에 따르면 이 가운데 최종 승인은 단 10건, 승인률로 따지면 1.9%에 그쳤다. 1차 기술검토 단계에서만 절반 이상(53.4%)이 공급불가 판정을 받았다.

기준 없는 심사가 병목을 만든다

승인률이 이렇게 낮은 이유는 전력 자체가 물리적으로 없어서만은 아니다. 데이터센터 건립 여부를 좌우하는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가 법정 고시 없이 2년째 시범운영 상태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더 크다. 세부 심사 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채 개별 사안마다 판단이 갈리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몇 달을 기다려도 통과 여부를 예측할 수 없다. 정부는 현재 고시 제정안을 마련 중이고, 완성되면 규제영향평가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

전력은 지방에, 수요는 서울에

구조적 불균형도 뚜렷하다. 서울의 전력자급률은 12%, 경기도는 62%에 불과한 반면 발전시설은 경북·전남 등 비수도권에 몰려 있다. AI 추론 서비스는 지연시간을 줄이기 위해 수도권 입지가 사실상 필수인데, 전력은 반대 방향에 있는 셈이다.

지역전력자급률비고
서울12%수요 집중, 신규 변전소·송전망 3~5년 소요
경기62%그래도 공급 여력 부족
비수도권(경북·전남 등)발전시설 집중1차 기술검토 통과율 89.7%

요금은 오르고, 대안은 지방행뿐이다

한전이 데이터센터에 적용하는 일반용 전기요금은 2022년 1분기 kWh당 128.5원에서 2024년 4분기 168.9원으로 올랐다. 2026년부터는 지역별 요금 차등화까지 시행돼 발전소가 몰린 부산·울산·충남은 싸지고 수도권은 더 비싸진다. 국회를 통과한 AIDC 특별법은 재생에너지·LNG 발전사와의 직접 PPA 특례를 담았지만, 이마저 비수도권에 한정된다. 시장 신호는 갈수록 지방 이전을 가리키는데, AI 서비스의 물리적 수요는 여전히 서울에 남아 있다.

정부가 풀어야 할 것은 전선이 아니라 규칙이다

이 병목의 본질은 전력 부족이 아니라 규칙의 부재다. 2년째 시범운영 중인 심사 기준을 하루빨리 법정 고시로 확정해야 기업이 투자 시점을 계산할 수 있고, 그래야 민간 발전·송전 투자도 따라붙는다. 수도권 규제로 지방 분산을 유도하는 방향 자체는 합리적이지만, 그 수단이 불투명한 재량 심사인 한 투자자는 규제가 아니라 불확실성에 발이 묶인다. 온사이트 전원, 민간 PPA, 예측 가능한 계통영향평가라는 세 축이 갖춰지지 않으면 국내 데이터센터 투자는 결국 전력망 규칙이 더 명확한 해외로 흘러갈 수 있다.


분석 근거: 머니투데이, KHARN(칸), 전기신문, 한국경제, 한국데이터경제신문 등 공개 보도와 CBRE 보고서 인용 통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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