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솔릭스·인텔, 차세대 AI 반도체용 유리 기판 상용화 속도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 소재가 기존 유기물에서 유리로 전환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확장과 고성능 연산 수요가 맞물리면서 반도체 칩을 지지하고 연결하는 기판 소재의 혁신이 필수적인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유리 기판은 기존 소재보다 열에 강하고 정밀한 공정이 가능해 하드웨어의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반도체 업계가 유리 기판에 주목하는 이유는 기존 유기물 기판이 가진 물리적 한계 때문이다. 1990년대부터 사용된 유리섬유 강화 에폭시 등의 유기물 소재는 칩에서 발생하는 고열에 노출될 경우 기판이 휘어지거나 변형되는 문제가 있었다. 기판이 뒤틀리면 내부의 미세한 부품들이 어긋나고 냉각 효율이 떨어져 시스템의 조기 고장이나 성능 저하를 초래한다. 특히 인공지능 학습을 위해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며 열을 내는 최신 데이터센터 환경에서 이러한 기판 변형 문제는 기술적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유리는 열 안정성이 뛰어나 고온에서도 형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더 얇고 세밀한 회로 배치를 가능하게 한다. 라훌 마네팔리 인텔 어드밴스드 패키징 담당 부사장은 약 10년 전부터 유기물 기판의 한계를 예견했다고 밝혔다. 인텔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리 기판을 도입할 경우 기존보다 신호와 전력을 연결하는 통로를 10배 이상 촘촘하게 구성할 수 있다. 이는 칩 사이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기판의 크기를 줄여 전반적인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상용화 단계에 가장 앞선 기업으로는 한국의 앱솔릭스가 꼽힌다. 앱솔릭스는 미국 내에 유리 기판 전용 생산 공장을 완공하고 올해 중 상업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인텔 또한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에 유리를 도입하기 위해 관련 공급망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딥팍 쿨카르니 AMD 펠로우는 인공지능 작업량이 급증하고 패키지 크기가 커짐에 따라 업계가 기계적 제약에 직면했다며, 유리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반도체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리 기판 생태계는 과거의 시도와 달리 한국과 중국 등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며 더욱 견고해지는 추세다. 초기에는 높은 생산 비용으로 인해 대규모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칩에 우선 적용될 전망이지만, 제조 공정이 안정화되고 비용이 하락하면 노트북이나 모바일 기기 등 일반 소비자용 하드웨어까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의 기술적 요구가 과거 어느 때보다 절실한 만큼 유리 기판이 차세대 반도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