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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조선 호황의 역설, 배는 쌓이는데 사람이 없다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 8. 8. AM 11:01:58· 수정 2026. 8. 8. PM 12:34:34

한국 조선업은 지금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수주 잔고와 영업이익은 사상 최고치를 찍는데, 정작 그 배를 용접할 사람은 절반이 외국인으로 채워졌다. 시장은 이미 답을 냈지만, 인력 정책은 여전히 그 뒤를 쫓아가고 있다.

물량 경쟁은 접고 몸값으로 승부한다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올해 상반기 누적 수주액 300억 달러를 넘겼고,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2조702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물량이다. 클락슨리서치 집계로 1~5월 누적 글로벌 수주 점유율은 중국이 68%(2298만CGT, 816척), 한국은 21%(708만CGT, 168척)에 그쳤다. 척수로는 4대 1이 넘는 격차다.

그런데 5월 한 달만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중국 47%, 한국 44%로 격차가 3%포인트까지 좁혀졌고, 척당 수주 규모는 한국이 5만9000CGT로 중국(2만2000CGT)보다 168% 컸다. LNG운반선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에서는 여전히 한국이 표준을 쥐고 있다는 뜻이다. 척수 경쟁이 아니라 단가 경쟁으로 판을 바꾼 결과다.

구분한국중국
1~5월 누적 점유율21%68%
5월 단월 점유율44%47%
5월 척당 수주규모(CGT)5만90002만2000

관세전쟁이 열어준 워싱턴발 기회

한국과 미국은 지난 7월 23일 워싱턴 D.C.에서 한미 조선협력센터(KUSPC) 개소식을 열었다. 앞서 양국이 합의한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가운데 1500억 달러를 조선 협력, 이른바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에 배정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센터는 2026~2028년 사업 기간에 미국 조선소 생산성 컨설팅과 인력 양성을 맡는다. 자국 조선업 재건에 조급한 미국 행정부와, 건조 역량은 있는데 발주 물량은 중국에 뺏기고 있는 한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에 가깝다.

정작 새는 곳은 현장의 손이다

호황의 발목을 잡는 건 수주가 아니라 사람이다. 조선업 외국인 근로자 비중은 2021년 5%에서 올해 25% 수준까지 뛰었고, 숙련 인력에게 발급하는 E-7-3 비자 건수는 2021년 264건에서 1만3297건으로 4년 새 50배 늘었다. 조선업이 속한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의 미충원율은 14.7%로 전 산업 평균 8.3%의 두 배에 달한다. 월 655만원을 준다는 채용 공고를 내걸어도 절반은 내국인으로 못 채우는 구조다.

반론도 있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인력난의 본질이 비자 문턱이 아니라 임금·처우라고 반박한다. 하청 구조에서 원청과 협력사 간 임금 격차가 크고, 숙련공이 조선업을 떠난 뒤 돌아오지 않는 이유가 저임금·고강도 노동 조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비자를 아무리 풀어도 처우 개선 없이는 구인난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이 낸 답을 정책이 못 따라간다

조선 3사의 수주 곡선과 인력 통계를 나란히 놓으면 결론은 단순하다. 시장은 이미 고부가가치 선박과 외국인 숙련 인력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정부가 할 일은 그 흐름을 막는 규제를 걷어내는 것이지, 뒤늦게 쿼터를 손보는 것이 아니다. E-9에서 E-7 중심으로 전환하는 논의가 나온 것도 현장이 먼저 움직인 뒤에야 나온 반응이었다.


분석 근거: 글로벌이코노믹, 헤럴드경제, 뉴스1, 전자신문, 인천투데이, 스마트투데이 등 공개 보도 및 클락슨리서치 집계 자료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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