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55% 삼성 28%, HBM4가 가른 반도체 판도
HBM4는 지금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했다는 타이틀을 쥐었지만, 시장을 실제로 지배하는 쪽은 여전히 SK하이닉스다. 한 기업은 '최초'라는 상징을, 다른 기업은 '점유율'이라는 실체를 가져간 셈이다.
최초는 삼성, 점유율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는 2월 23일 HBM4 양산 제품을 세계 최초로 출하했고, 6월부터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용 HBM4 공급을 시작했다. 3월 18일에는 AMD MI455X 칩용 HBM4 주공급사로도 지명됐다. 그런데도 시장조사 전망은 SK하이닉스가 2026년 HBM4 시장의 55%, 전체 HBM 시장의 50%를 가져가는 그림을 그린다. 삼성의 HBM4 점유율은 28%, 마이크론은 17% 수준으로 추산된다.
숫자로 보는 2026년 HBM 시장
매출 규모에서도 격차는 뚜렷하다. SK하이닉스의 2026년 HBM 매출 전망치는 41조 2000억원, 삼성전자는 24조원이다. 다만 삼성의 성장 속도는 가파르다. 전년 대비 매출은 189%, 출하량은 143% 늘어날 전망이고, HBM4 수율도 2025년 4분기 50%에서 2026년 5월 현재 60%에 근접했다. 생산 능력 역시 2025년 말 월 6만 장에서 2026년 하반기 월 20만 장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 기업 | HBM4 점유율(2026 전망) | HBM 매출(2026 전망) | 전년 대비 성장률 |
|---|---|---|---|
| SK하이닉스 | 55% | 41조 2000억원 | - |
| 삼성전자 | 28% | 24조원 | 매출 +189%, 출하량 +143% |
| 마이크론 | 17% | - | 3분기 매출 10억달러 돌파 |
엔비디아 물량 배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SK하이닉스의 엔비디아向 물량 점유율은 2025년 72%에서 2026년 63%로 낮아질 것이라는 업계 전망이 있다. 절대 우위는 유지하되 독점 구도는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워싱턴이 그어놓은 선
이 경쟁의 무대는 시장 원리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미국 상무부는 2024년 12월 반도체 수출 금지 대상에 중국 기업 24곳과 장비 업체 100여곳을 포함한 총 140곳을 추가했고,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된 HBM이라도 미국산 장비·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면 별도 승인을 받도록 규제하고 있다. HBM은 이 통제망의 핵심 품목으로 명시돼 있다. 관세는 유예 중이지만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 기조는 그대로다.
이 규제는 한국 기업에 방패이자 족쇄다. 중국 메모리 업체의 추격을 늦추는 효과가 있는 동시에, 한국 반도체 산업이 미국의 정책 결정에 그만큼 더 얽매이게 만든다. 시장을 이기는 것과 별개로 워싱턴의 승인 절차를 통과해야 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3파전이 된 시장, 그리고 반론
마이크론도 손을 놓고 있지 않다. 2026회계연도 3분기 HBM4 매출이 10억달러를 넘었다고 밝혔고, 대만 TSMC와의 협력을 늘리며 점유율 확대를 노린다. 일각에서는 이런 다자 경쟁 구도가 오히려 가격 하락과 공급 과잉을 부를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UBS는 2027년이면 SK하이닉스와 삼성의 점유율이 비슷한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는 삼성의 추격이 성공한다는 뜻인 동시에 두 회사 모두 마진 압박에 놓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국은?
HBM 시장에서 한국 두 기업의 합산 점유율은 여전히 80%를 넘는다. 이는 단순한 산업 통계가 아니라 한국이 AI 인프라 공급망의 병목을 쥐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만 그 지위가 시장 경쟁력만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미국의 규제 카드 하나로 물량 배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안고 가야 할 구조적 조건이다.
분석 근거: 뉴데일리, 베타뉴스, 머니투데이, ZDNet Korea, CIO코리아, 전자신문 보도 및 시장조사 전망치.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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