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수주 반등의 뒷면, 중국은 76%를 가져갔다
한국 조선업은 지금 두 개의 숫자 사이에 서 있다. 하나는 9월 수주가 한 달 만에 127% 늘었다는 반등 뉴스고, 다른 하나는 올해 누적 시장 점유율 15.5%로 중국(76.2%)에 물량 경쟁을 사실상 내준 상태라는 추이다. 어느 숫자를 볼지에 따라 진단이 정반대로 갈린다.
3분기에 꺾인 발주 시장
영국 클락슨리서치 집계로 한국의 3분기 수주는 264만CGT, 2분기(437만CGT)보다 39.7% 줄었다. 7월 81만CGT, 8월 56만CGT로 곤두박질치다가 9월에야 127만CGT로 튀었다. 시장 전체도 같이 줄었다. 세계 3분기 발주는 30.0% 감소했는데, 한국의 감소폭은 세계 평균보다 9.7%포인트, 중국보다 15.9%포인트 컸다. 반등은 사실이지만, 줄어드는 파이에서 한국의 몫이 더 빨리 줄었다는 것도 사실이다.
| 구분 | 1분기 | 2분기 | 3분기 |
|---|---|---|---|
| 한국 수주량(만CGT) | 392 | 437 | 264 |
| 구분 | 2025년 점유율 | 2026년 점유율 | 수주 증감(1~9월) |
|---|---|---|---|
| 중국 | 62.2% | 76.2% | +92.1% |
| 한국 | 17.0% | 15.5% | +42.4% |
버린 물량과 남은 가격
그렇다고 이 숫자가 곧 패배는 아니다. 한국 수주는 전년 동기보다 42.4% 늘었고, 조선 빅3는 상반기에 이미 연간 목표를 넘겼다. 삼성중공업의 수주잔고는 355억 달러(151척)로 3년 치 이상이며, HD현대중공업은 1~7월에만 159억7천만 달러를 수주해 지난해 같은 기간(84억5천9백만 달러)의 두 배 가까이 됐다. 3년 치 일감을 안고 있으니 저마진 물량을 걸러 받는 선별 수주가 가능해진 것이다. 신조선가지수가 2021년 9월보다 23% 높은 186대를 유지하는 것도 가격 힘의 방증이다. 점유율을 내주는 대신 이윤을 챙기는 구조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반론: 잔량의 속도가 경고한다
낙관만 할 근거는 아니다. 9월 말 기준 수주잔량 증가율이 한국은 11.9%인데 중국은 36.0%다. 조선소 일감은 앞으로 2~3년의 매출이므로 이 격차는 2028년 이후의 체력 차이로 이어진다. 세계 발주 시장은 2021년 이후 물량이 한꺼번에 인도되는 공급과잉을 우려하고 있고, 미국 관세 전쟁이 교역을 위축하며 선주들의 발주 심리를 얼렸다. 중국산 선박에 붙던 미국의 항만 입항수수료도 유예가 11월 9일이면 만료돼 변수로 남는다.
남은 패는 물량이 아니라 생산성
점유율 76%의 중국과 물량 싸움을 다시 하는 건 답이 아니다. 지금의 호황기에 벌어둘 것은 따로 있다. 스마트 조선소 전환으로 몇 배 빠른 공정을 만들고, LNG운반선 같은 고부가가치 선종에서 가격 프리미엄을 굳히는 길이다. 그 일의 전제는 정부 지원이 아니라 기업이 번 이윤을 설비와 인력에 재투자할 수 있는 노동·규제 환경이다. 15%의 점유율로도 이윤을 내는 나라와 76%를 쥐고도 마진 싸움을 벌이는 나라, 조선업의 다음 10년은 이 차이를 지금 얼마나 벌어두느냐로 정해진다.
분석 근거: 연합뉴스·ZDNet Korea(클락슨리서치 2026년 9월 집계), 경남도민일보, 국제신문, 해사뉴스 보도.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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