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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1%의 뒷면…굴러가는 반도체, 멈춘 가계 지갑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 10. 28. AM 11:08:26· 수정 2026. 10. 28. AM 11:08:35

한국 경제가 지금 두 개의 속도로 달린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3분기 실질 GDP는 전기비 1.0% 늘었다. 8월에 내놓은 전망치 0.3%의 세 배가 넘는 숫자고, 올해 들어 세 분기 연속 전망치를 웃돈 것도 2024년 8월 이후 처음이다. 그런데 같은 발표 어디에도 가계의 얼굴이 없다. 민간소비는 0.2% 줄었다. 2022년 4분기 이후 15분기 만의 역성장이다.

성장률의 60%를 컴퓨터·전자가 만들었다

숫자의 주인은 명확하다. 설비투자는 전기비 4.1% 급증했고, 반도체 제조용 기계 구매가 방아쇠였다. 총수출도 2.3% 늘었다. 이남강 한국투자금융지주 이코노미스트는 서울경제 보도에서 컴퓨터·전자·광학기기 부문이 3분기 성장 기여도의 약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IT 하드웨어의 명목 GDP 비중은 지난해 약 9%에서 올해 말 23%로 불어날 전망이다. 성장 엔진이 하나로 좁아지고 있다는 신호다.

구분실적한은 전망치
1분기1.8%0.9%
2분기0.6%0.2%
3분기1.0%0.3%

정부 0.8%p, 민간 0.2%p

기여도 구조가 이번 성장의 성격을 드러낸다. 3분기 성장률 1.0%포인트 중 정부(소비+투자) 기여는 0.8%p, 민간은 0.2%p다. 2분기엔 민간 1.1%p, 정부 -0.5%p였으니 한 분기 만에 주인이 바뀌었다. 소비 내부도 얼룩이다. 도소매·숙박음식은 -0.4%, 금융·보험은 -4.3% 줄었다. 10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5.4로 전월보다 1.2포인트 내려앉았다.

항목(전기비)증감
설비투자+4.1%
총수출+2.3%
건설투자+0.7%
정부소비+1.9%
민간소비-0.2%

소득은 49년 만에 폭증했는데 지갑은 닫혔다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년 동기 대비 18.8% 늘었다. 1977년 4분기 이후 최대 폭이다. 교역조건 개선으로 번 돈이 소득 통계에는 그대로 담겼는데, 민간소비 증가율은 같은 기준으로 1.1%에 그쳤다. 한은 이동원 경제통계2국장은 반도체 산업의 고용 창출력이 약해 기업소득이 정부와 가계로 파급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법인세 세수는 내년 재정에, 성과급은 내년 1분기에야 반영된다는 것이다.

청년 여섯 명 중 한 명은 카페에 서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27일 낸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는 이 간극의 다른 쪽 끝을 보여준다. 청년(15~29세) 취업자 342만4천 명 중 음식점·주점에서 일하는 사람은 57만6천 명, 16.8%다. 임금근로자 중 월평균 임금 100만원 미만자도 219만7천 명으로 1년 새 5만3천 명 늘어 전체의 9.8%를 차지했다. 반도체가 만드는 부가가치와 청년이 잡는 일자리가 다른 세계에 있다는 뜻이다.

"일시적 요인"이라는 반론은 성립한다

이번 소비 감소는 특수요인의 몫이 크다. 한은 계산으로 증시 급락에 따른 금융서비스 소비 위축과 자동차업계 전면 파업이 민간소비 증가율을 0.6%p 끌어내렸고, 두 요인을 걷어내면 0.4% 증가한 셈이다. 한은은 4분기부터 반도체 기업 배당·성과급과 확장 재정으로 소비가 되돌아올 것으로 본다. 4분기 성장률이 0%여도 연간 3.6%는 이미 확보됐다.

1%의 소유권을 누가 갖나

거시 숫자는 좋고, 배분이 비어 있다. 정부 지출을 더해 겉모습을 다듬는 길보다 기업소득이 가계의 임금과 배당으로 흐르는 경로를 빨리 트는 일이 먼저다. IT 하드웨어 하나가 명목 GDP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구도가 내년에도 버틸지, 그것이 지금 물어야 할 질문이다.


분석 근거: 한국은행 3분기 국민소득 속보 발표(10월 27일), 한국경제, 서울경제, 국가데이터처 2026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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