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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 입주서가 회사 자소서보다 어렵다

박세미박세미 기자· 2026. 11. 9. AM 6:16:15· 수정 2026. 11. 9. AM 6:16:15

서울의 일부 공공 임대주택에서 소득·자산 심사에 더해 자기소개서와 증빙 자료 제출, 공동체 적합성 평가까지 요구하면서 입주 절차가 사실상 취업 준비에 가까워진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월세 부담을 줄이려는 청년들에게 저렴한 집을 얻는 문이 더 좁아진 셈이다.

서울 강서구의 한 청년 임대주택에 지원한 20대 직장인 김모 씨는 "회사 입사 지원 자기소개서보다 훨씬 공들여 썼다"며 "대학생 때부터 했던 활동을 하나하나 찾아 증빙 자료까지 전부 제출했다"고 말했다. 주거비를 줄이려고 찾은 임대주택인데 소득·자산 증명 서류만으로는 부족했다는 것이다.

400자씩 다섯 항목, 최종 선정 기준은 비공개

8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청년 임차인을 모집한 민간 운영기관은 입주 신청자들에게 일종의 자기소개서 제출을 요구했다. 김 씨가 지원한 서울 강서구 오피스텔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특화형 매입임대 방식으로 공급되며 단독형 32가구를 모집했다. 모집 공고에 따르면 신청자들은 기존 거주 주택과의 주거 갈등, 공동주택 갈등 대처 방법, 공동체 생활 경험, 공동체 활동 계획, 경제적 상황 등을 각 400자씩 작성해야 했다. 특화형 매입임대는 공공이 주택을 확보한 뒤 민간 운영기관에 운영을 맡기는 방식이다. 주택별 특성에 맞는 입주자를 선발하도록 운영기관에 일정한 자율성이 주어진다. 서대문구의 예술인 대상 청년 임대주택은 신청자에게 예술 활동 경력을 확인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요구한다. 올해 이 주택에 입주한 A 씨는 1차 서류전형에 이어 면접까지 보고 합격했다며, 전공 분야에서 해온 활동과 다른 입주자들과 잘 지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정성평가의 공정성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2021년 서울 동작구가 SH와 협력해 공급한 청년 맞춤형 공공주택은 입주자 모집 과정에서 자기소개서 심사 비중이 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비판을 받았다. 소득 수준뿐 아니라 개인의 경험과 상황까지 글로 증명해야 하는 데다 평가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었다.

그럼에도 청년들이 복잡한 절차를 감수하는 이유는 뚜렷하다. 바로 임대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용면적 40㎡ 이하 초소형 오피스텔 월 임대료는 2024년 9월 75만8000원에서 올해 9월 81만1700원으로 뛰었다. 전세의 월세화와 임대료 부담 확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해당 임대주택들은 보증금 1000만원 이하, 월세 30만원 안팎으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된다. A 씨는 "전세 매물이 없는 상황에서 싼값에 오래 살 수 있으니 감지덕지"라고 말했다. 무주택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이 큰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주택에 관심이 쏠리면서 입주 기회를 얻기 위해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까지 준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화형 임대주택의 취지를 고려하면 관련 경험 확인 자료 제출은 불가피하지만 이를 당락을 좌우하는 주요 평가 수단으로 삼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씨는 "합격자에 들지 못해 12월까지 추가 합격 소식이 없으면 다른 월셋집을 알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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