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안 1만4천건 찍고 5건 중 1건만 통과
22대 국회는 지금까지 법안을 1만4480건 쏟아냈다. 그런데 통과된 것은 다섯 건 중 한 건 남짓이다. 국회가 바쁘게 움직이는 것과 국가가 제대로 통치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라는 사실을, 이 숫자가 그대로 보여준다.
법안은 쏟아지는데 통과는 21.5%뿐이다
22대 국회에서 의원이 발의한 법률안은 1만4480건, 이 가운데 실제로 처리된 것은 3107건, 나머지 1만1373건은 계류 중이다. 처리율로 환산하면 21.5%다. 21대 국회 처리율(5.8%)보다는 나아졌다지만, 발의된 법안 다섯 건 중 네 건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다는 뜻이다. 22대 국회 전반기(2024년 5월 30일~2026년 6월 10일) 전체 발의 건수는 1만8658건으로, 21대 같은 기간(1만5417건)보다 21% 늘었다.
상임위별로 보면 편차가 크다
| 상임위 | 처리율 |
|---|---|
|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 39.2% |
| 기획재정위 | 34.1% |
|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 31.2% |
| 국토교통위 | 18.5% |
국토위가 유독 낮다. 건축 관련 법안 90건, 건설 관련 법안 126건, 총 216건이 발의됐지만 실제 통과된 것은 6건뿐이다. 전반기 전체 상임위 평균 가결률은 7.42%에 그쳤다는 집계도 있다. 부동산·건설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한 분야일수록 법안은 쌓이고 통과는 더뎌지는 패턴이 뚜렷하다.
검증 없는 법안이 압도적으로 많다
정부가 발의하는 법률안은 규제개혁위원회 심사와 규제영향평가를 의무적으로 거친다. 반면 전체 법안의 97% 이상을 차지하는 의원발의 법안은 이 절차가 선택사항이거나 아예 적용되지 않는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건설현장 사망사고처럼 사회적 사건이 터질 때마다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무더기로 발의되는 '복사해서 붙이기' 현상도 이런 구조에서 나온다. 사전 검증 없이 법안 개수만 늘어나는 구조는 입법의 질보다 발의 실적을 우선하는 유인을 만든다.
기업은 이미 규제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2026년 규제개선 과제 100건을 정부에 건의했다. 국토교통 분야가 26건으로 가장 많았고 산업 분야가 13건으로 뒤를 이었다. 국회 상임위 처리율이 가장 낮은 국토위 소관 분야와 정확히 겹치는 지점이다. 모빌리티, AI, 금융 등 신산업 분야에서 낡은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처리율이 낮다고 반드시 나쁜 건 아니다
물론 반론도 있다. 처리율이 낮다는 사실 자체가 부실 심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소위원회 심사는 졸속 입법을 걸러내는 최소한의 안전판이며, 여야 합의 없이 법안을 밀어붙이지 않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다만 문제는 무엇을 걸러내느냐다. 규제성 법안은 쌓이는데 정작 그중 무엇이 국민 생활과 기업 투자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걸러낼 사전 장치는 부실하다는 점이 핵심이다.
분석 근거: 한국경제, 동양일보, 이투데이,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파이낸셜데일리.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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