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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일본 합친 흑자 넘어섰다…그러나 88%는 반도체다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 10. 25. AM 11:07:29· 수정 2026. 10. 25. AM 11:07:37

한국 경상흑자가 2분기에 독일과 일본을 합친 규모를 넘어섰다. 세 나라 통계 비교가 가능한 1996년 이후 처음이다. 1년 전 같은 분기(283억9000만 달러)의 4.1배로 불어난 이 기록은 그러나 자랑거리이기 전에 질문지다. 이 돈이 어디서 왔고, 누가 쥐고 있으며, 사라질 때 무엇이 남는가.

4.1배와 11.9% 사이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수록된 IMF 주요국 통계 기준, 2026년 2분기 한국 흑자는 1166억3000만 달러다. 독일(522억8000만 달러)과 일본(506억2000만 달러)을 합친 1028억9000만 달러보다 137억4000만 달러 많다.

2026년 2분기 경상흑자규모1년 전 대비
한국1166억3000만 달러4.1배
독일522억8000만 달러+11.9%
일본506억2000만 달러+5.0%

상반기 누적으로는 1910억1000만 달러로 중국(3780억3000만 달러)에 이은 2위다. 7~8월 두 달에도 881억9000만 달러로 독일·일본 합계(808억2000만 달러)를 앞섰다. 격차가 벌어진 건 한국의 증가 폭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독일은 11.9%, 일본은 5.0% 늘어나는 동안 한국은 4배 이상 불었다.

흑자의 88%는 메모리가 만들었다

급등의 원천은 하나다. 3분기 반도체 수출은 1480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18.7% 증가했다. 이 중 메모리가 1307억 달러로 88.3%를 차지하고 메모리 증가율은 311.6%에 이른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수요와 가격을 동시에 끌어올린 결과다. '주요 36개국 중 중국 다음 2위'라는 문구는 인상적이지만 그 안쪽을 열면 반도체 사이클 하나가 흑자의 대부분을 떠받치고 있다.

IMF는 이미 하락 곡선을 그렸다

IMF는 올해 한국 흑자를 4219억 달러, GDP 대비 18.8%로 전망한다. 1980년 이후 최고치로 중국(4.0%), 독일(4.5%), 일본(4.6%)의 네 배를 넘는다. 같은 전망에는 2029년 2957억 달러(3위), 2031년 1775억 달러(5위)로 줄어드는 경로도 담겼다. 흑자율 18.8%는 이상 신호이기도 하다. 국민이 벌어들인 돈 가운데 소비와 국내 투자로 쓰이지 않고 해외로 나가는 몫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축적의 성과와 내수의 공백이 같은 숫자 안에 들어 있다.

1320원대 환율이 브레이크를 밟는다

시장은 이 흑자를 이미 반영했다. 원·달러 환율은 1320원대로 2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반도체 수출로 달러가 쏟아지는데 원화 가치가 오른다는 건 시장이 초과 달러를 원화로 바꾼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움직임이 수출 기업의 원화 마진을 잠식하는 자동 브레이크라는 점이다. 흑자가 클수록 환율이 내리고, 환율이 내릴수록 같은 달러 매출의 원화 환산액은 줄어든다. 지금의 흑자를 영구적 상수처럼 다루는 건 이 방정식을 무시하는 일이다.

"일시적 재원으로 지속 지출을 만들지 마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초과세수 같은 일시적 재원으로 지속 지출 사업을 벌이면 "지속 가능성에 각별한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석유 최고가격제도 길어질수록 가격 구조를 왜곡하고 장기적으로 재정 문제를 일으킨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7월과 8월 연속 금리를 올렸고 시장은 11월 추가 인상에 무게를 싣는다. 재정은 확장, 통화는 긴축이라는 엇박자 속에서 이 기록적 흑자가 세금 소진의 명분으로 쓰이는지가 갈림길이다.

반론: 사이클은 더 길 수 있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1분기를 정점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면서도 초과 수요 자체는 유지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AI 투자가 수년 단위로 이어지면 흑자 급감 시점은 IMF 전망보다 늦춰진다. 독일·일본의 흑자 축소에 에너지 수입 같은 구조 요인이 작용했다는 점에서 세 나라 단순 비교의 한계도 지적된다.

그래도 방향은 명확하다. 반도체 붐이 꺾이기 전에 정해야 할 것은 이 흑자를 '어떻게 나눠 쓸까'가 아니라 '어디에 쌓아둘까'다. 세수로 소진하면 사이클이 끝날 때 남는 건 이자 부담이고, 부채 상환과 기술 투자로 돌리면 다음 사이클의 밑천이 된다. 이 돈의 주인은 정부가 아니라 시장이다.


분석 근거: 한국경제·이데일리 보도,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IMF 주요국 경상수지 통계.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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