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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폭주 22대 국회, 정작 늘어난 건 규제뿐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 8. 6. PM 7:02:39· 수정 2026. 8. 6. PM 8:27:28

국회는 지금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역대 어느 국회보다 많은 법안을 쏟아내면서도 실제 처리율은 여전히 바닥권을 맴돈다. 그런데 적게 통과되는 법안들 가운데서도 유독 잘 뚫리는 종류가 있다. 기업과 시장에 새 규제를 얹는 법안이다.

발의는 역대 최다, 처리는 여전히 제자리

22대 국회는 지난 3월 기준 발의 법안이 1만7485건에 달했다. 이 중 처리된 법안은 4427건으로 처리율 25.3%다. 의원 발의만 따로 떼어 12월 기준으로 보면 1만4480건 중 3107건, 21.5%다. 두 수치 모두 21대 국회가 임기 내내 기록한 처리율 5.8%보다는 높다. 발의량이 늘어난 만큼 처리 건수도 늘었지만, 발의량 자체가 21대(2만3655건)보다 더 빠른 속도로 쌓이는 중이라 처리율 개선의 체감은 크지 않다.

'가결'이 아니라 대부분 '폐기'

처리된 4427건 중 유사 법안을 통합하고 원안은 폐기하는 대안반영폐기가 2975건, 67.2%를 차지한다. 원안 그대로든 수정이든 실제로 가결된 법안은 1113건, 25.2%뿐이다. 발의 주체별로 나누면 위원장 발의 법안의 처리율은 84.9%인 반면 의원 개인 발의 법안은 22.5%에 그친다. 통과된 법안의 상당수가 실질적인 새 입법이 아니라 서류 정리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런데 유독 잘 통과되는 게 있다면, 규제다

22대 국회 개원 후 47주간 발의된 법안 9267건 가운데 규제 신설·강화 법안은 2830건으로 33.1%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21대 국회의 규제 법안 비중은 9.6%였다.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규제가 세지는 차등규제 법안도 149건 발의됐고, 이 중 규제 강화형이 94건, 세제 혜택 축소형이 55건이다.

구분21대 국회22대 국회
의원 발의 처리율5.8%21.5%~25.3%
규제 법안 비중(개원 47주 기준)9.6%33.1%
차등규제 법안집계 없음149건

규제개혁위원회를 건너뛰는 길

정부 부처가 직접 발의한 법안은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거치지만 의원 발의 법안은 이 심사 대상에서 빠진다. 부처 입장에서는 심사를 피할 방법이 하나 생기는 셈이다. 실제로 각 부처가 규제개혁위 문턱을 피해 의원실에 입법을 요청하는 사례가 있다는 지적이 여러 매체에서 제기됐다. 국회의원 발의라는 형식만 갖추면 사전 심사 없이 규제가 만들어질 길이 열려 있는 구조다.

규제 법안 증가를 곧바로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플랫폼 독과점, 소비자 피해, 산업안전 사각지대처럼 새로운 규제 수요가 실제로 존재하고, 처리율 상승 자체를 여야 협치의 성과로 평가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규제 법안 비중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내용의 타당성까지 재단할 수는 없다.

숫자가 가리키는 방향은 분명하다. 법안은 더 많이 만들어지고, 그중 통과되는 것은 더 적으며, 통과되는 것 중에서는 규제가 유독 잘 뚫린다. 시장의 자율성과 기업의 성장 유인이 입법 과정에서 어떤 취급을 받는지, 다음 임기 평가의 잣대로 남을 대목이다.


분석 근거: 쿠키뉴스, 대한경제, 한국경제, 굿모닝경제, 이코노미톡뉴스, CNB뉴스.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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