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대법원장 탄핵부터 꺼내 드는 것은 사법부를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판결에 압력을 가하는 일이다광장
탄핵이 심판의 도구가 아니라 마음에 안 든 판결을 향한 압박 카드로 쓰이는 것을 막아야 한다.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대법원장 탄핵을 거론하는 것은, 판결이 나온 뒤 불복하는 것과는 질이 다릅니다.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수장을 끌어내리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사법부를 심판하는 게 아니라 다음 판결의 방향을 주무르려는 것입니다. 국정감사 막바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재제청 요구와 탄핵론이 여야 공방으로 번졌고, 오세훈 서울시장의 2심 무죄 판결이 나오자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탄핵론이 힘을 얻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국혁신당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안을 공개하고 민주당에 공동행동을 요청한 가운데, 김민석 대표가 서영교 위원장과의 통화에서 조 대법원장 탄핵 문제를 꺼냈다는 취재도 나왔습니다. 무죄 판결 하나가 선고되자마자 사법부 수장의 운명이 도마에 오르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판결에 승복하지 못하겠다는 불만은 정치 발언의 영역에서 끝나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탄핵론은 불만 표출에 머물지 않고 제도적 압박으로 바뀌었습니다. 오세훈 2심 무죄가 선고된 직후 여당 안에서 탄핵론이 힘을 얻었다는 보도에서 짚어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탄핵이 특정 판결에 대한 사후 심판이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선고에 대한 사전 압박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관여하는 사건들이 법원을 거쳐 대법원에 계류 중인 상황에서 집권당이 수장 교체를 공식 의제로 삼으면 어떻게 됩니까. 선고 이전에 사법부의 판단 흐름이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의힘이 "만물 조희대설이냐"고 맞받은 것은 정치 공방의 수사지만, 그 이면의 구조적 문제는 가볍게 흘려넘길 성질이 아닙니다.
최민희 최고위원이 유튜브 방송에서 민주당 지지층에서 조 대법원장 탄핵 요구가 나오고 있다고 밝힌 뒤로, 당내 속도 조절 시도에도 강경파 반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국혁신당은 탄핵안을 공개했고 민주당은 아직 의견을 수렴 중이라는 입장입니다. 이 구도에서 탄핵은 특정 공직자에 대한 윤리 심판이 아니라 여론과 지지층 압력에 편승한 정치 카드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갤럽 여론조사에서 탄핵 반대 39%, 찬성 34%가 나왔습니다. 찬반이 팽팽한 가운데서도 집권당이 탄핵 카드를 밀어붙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뜻입니다. 판결의 내용보다 판결을 내리는 사람의 자리를 먼저 건드리는 방식은, 사법부가 법과 증거로 판단하는 기관인지 아니면 정치적 힘의 균형에 따라 움직이는 기관인지 그 경계를 흐리는 일입니다.
무너지는 것은 대법원장의 지위가 아니라,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그 판결을 신뢰할 수 있다는 전제입니다. 집권당이 입법부의 권한으로 사법부 수장을 끌어내리겠다고 나설 때 그것이 제도 개혁으로 읽히지 않고 판결 결과에 대한 불복으로 읽히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김민석 대표에게 '조희대 탄핵·조작기소 특검'이 시험대로 거론되는 시점에서, 입법 공세가 과열되면 사법부는 심판의 주체가 아니라 정치 협상의 변수로 전락합니다. 심판 결과에 불만을 표할 권리와 수장을 끌어내리겠다는 위협은 다른 선입니다. 집권당이 스스로 그 선을 그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탄핵 카드를 탁자 위에 올려둔 채 판결을 기다리는 사법부가 있다면, 그 판결을 받아들여야 할 모든 사람이 동시에 인질이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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