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메뉴를 배달앱에 더 비싸게 적어 두는 것은 점포 사정을 반영한 값 매기기가 아니라 비교할 권리를 가리는 방식이다광장
배달앱 가격 인상의 문제는 값 자체보다 매장가와의 비교를 가리는 데 있다.
박세미 필자2026년 10월 31일같은 매장, 같은 메뉴를 배달앱에서 주문하면 매장에서 직접 사는 것보다 더 비싼 값을 치르는 일이 흔합니다. 배달앱 화면에는 그 메뉴의 앱 가격만 올라 있고, 매장에서 실제로 받는 가격은 보이지 않습니다. 소비자는 두 값이 얼마나 다른지, 왜 다른지 앱 안에서 확인할 길이 없는 셈입니다.
값을 올리는 것과 값을 숨기는 것은 다릅니다. 점주가 수수료 부담을 메뉴값에 반영하는 것은 사정이 있는 선택이지만, 매장가를 앱에서 아예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은 선택의 전제인 비교 자체를 거두어들이는 일입니다. 전자는 가격 정책이고, 후자는 정보 통제입니다.
비싼 값 자체가 문제입니까. 아닙니다. 소비자가 그 값이 왜 비싼지, 매장가와 어느 만큼 차이가 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점주 입장에서 배달앱 수수료와 배달대행료를 메뉴값에 얹지 않으면 남는 것이 없어진다는 변론에는 일리가 있습니다. 그 사정을 인정하더라도, 사정을 값에 반영하는 것과 사정을 소비자에게 고지하는 것은 별개입니다. 사정이 있더라도 그 사정을 밝히지 않으면 소비자에게는 그저 설명 없는 가격 인상으로 보일 뿐입니다.
매장가가 앱에 보이지 않으면 소비자는 앱 안에서 비교할 수 없습니다. 앱 안에서 비교할 수 없으면 매장까지 가서 직접 확인하지 않는 한 가격 차이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합니다. 차이의 존재를 모르면 값이 어떤 구조로 정해졌는지 질문할 기회 자체가 사라지게 됩니다. 비교가 가려지면 질문이 사라지고, 질문이 사라지면 구조는 불문에 부쳐집니다.
이 구조를 밝히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매장가를 그대로 싣고 배달비와 수수료를 별도 항목으로 나누어 보여 주는 방식을 적용하는 매장이 이미 있다는 사실은, 이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도록 요구받는 주체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뜻입니다. 값의 구조를 밝히는 것이지 값을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매장가를 메뉴 옆에 함께 표시하거나, 앱가와 매장가가 다를 때 그 차이의 사유를 고지하게 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비교할 정보를 돌려주는 최소한의 조치입니다.
배달앱은 메뉴와 가격과 배달 정보를 한 화면에 모아 보여주면서, 정작 매장가만은 보이지 않습니다. 보여줄 수 있는 정보를 골라 숨기는 것은 플랫폼이 소비자의 비교를 돕는 대신 가로막고 있다는 뜻입니다. 비교를 가로막는 쪽이 비교할 필요가 없다고 말할 때, 그 시스템은 이미 소비자를 상대가 아니라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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