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의 1만8473건 통과 7.5%…기업이 국회에 내민 입법 100건
법안 1만8473건이 쏟아진 국회와 그중 7.5%만 본회의에 올린 국회는 같은 곳을 가리킨다. 22대 국회 전반기의 입법 성적표다. 그 국회에 2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회 입법현안에 대한 상의리포트'를 들고 갔다. 5대 부문 31개 과제에 세부 제안 100건. 기업이 정치에 요구하는 것이 지원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규칙이라는 사실이 숫자로 드러난 문건이다.
가결률 7.5%, 역대 최악을 갱신한 국회
동아일보가 국회 의안정보를 분석한 결과 22대 국회 전반기 발의 법안은 1만8473건, 본회의 가결은 1397건이었다. 가결률 7.5%는 역대 최저였던 21대 전반기(11.5%)보다도 크게 낮다. 쿠키뉴스 집계로는 전반기 종료를 앞두고 미처리 법안이 1만3058건에 달했다. 발의는 넘치는데 통과는 바닥인 구조가 굳어졌다.
| 국회(전반기) | 법안 가결률 |
|---|---|
| 19대 | 15.4% |
| 20대 | 13.2% |
| 21대 | 11.5% |
| 22대 | 7.5% |
*자료: 동아일보 집계(2026년 5월)
여야가 함께 낸 법도 20건째 잠들어 있다
이번 리포트에서 눈에 밟히는 대목은 우선 처리 요청 목록이다. 대한상의는 여야가 모두 발의한 법안 10개를 먼저 다뤄달라고 청했다. 국내생산세액공제, 경제안보 침해 처벌 강화, 디지털자산기본법 등이다. 국내생산세액공제 관련 법안만 정부안을 포함해 20건 넘게 계류 중이다. 정치적 쟁점이 아니라 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잔류하는 법안이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한상의가 받은 답장, 통과율 43%
대한상의가 최근 3년간 국회에 건의한 과제는 68개고, 조속 입법을 요청한 54개 가운데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23개다. 절반을 갓 넘은 성적이다. 상의는 이번에 2027년 시행 예정인 세액공제의 적격품목과 공제한도 등 세부 기준을 조기 제시해달라고도 요구했다. 기업 입장에서 보조금보다 무서운 리스크는 시행을 앞두고 규칙이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 대한상의 입법 건의 성과(최근 3년) | 건수 |
|---|---|
| 건의 과제 | 68 |
| 조속 입법 요청 | 54 |
| 본회의 통과 | 23 |
기술유출은 세 배, 배임죄 기준은 36년 제자리
처벌의 강도와 규칙의 나이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최근 5년간 검찰 송치 기술유출 사건 103건 중 디스플레이·반도체·전기전자가 55건이고, 송치 건수는 2021년 9건에서 지난해 33건으로 불었다. 대한상의는 경제안보 침해 처벌 강화와 동시에 배임죄에 경영판단 원칙 명문화를 요구했다. 가중처벌 기준금액은 36년간 손대지 않았다. 강해지는 처벌과 낡은 면책 기준이 겹치면 합리적 도전이 재판으로 이어질 확률만 커진다.
반론: 늦은 건 게으름만이 아니다
가결률 하락을 국회 무능의 결과로만 읽을 수 없다는 반론도 세다. 동아일보 사설은 현 상황을 '여당 독주와 야당 필버'가 만든 비효율로 진단했다. 다수 의석의 표결 강행에 야당이 입법으로 맞서면서 민생법안이 인질이 됐다는 것이다. 법안 개수를 채우는 속도보다 심의의 질이 중요하다는 지적 또한 타당하다.
820.9조 예산을 지탱할 법이 없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으로 사상 처음 800조를 넘는 820.9조원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상당한 지출이 법 개정과 시행령을 전제로 설계된다. 통과율 7.5%의 국회로는 예산서의 약속이 현장에서 작동할 담보가 없다. 여야가 같이 발의한 법 10개의 처리는 협상 카드도 필요 없는 과제다. 기업의 투자 결정은 지원금이 아니라 확정된 규칙에서 나온다. 100건의 리스트 이전에 먼저 움직여야 할 순서가 여기에 있다.
분석 근거: 뉴시스·EBN산업경제·뉴스1 보도(대한상공회의소 '국회 입법현안에 대한 상의리포트', 2026년 10월 27일), 동아일보(2026년 5월 15~16일), 쿠키뉴스(2026년 4월 1일), 환경타임즈(2026년 9월 1일).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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