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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성장의 주인공은 정부와 반도체, 소비자는 빠졌다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 10. 29. AM 11:06:45· 수정 2026. 10. 29. AM 11:13:17

한국 경제 성적표가 두 개의 숫자로 갈라진다. 10월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3분기 실질 GDP는 전기비 1.0%, 전년동기비 3.4% 늘며 한은 전망치의 세 배를 기록했다. 같은 표에서 민간소비는 전기비 0.2% 줄었다. 2022년 4분기 이후 15분기 만의 감소다. 성장은 컸는데, 그 성장을 벌어 쓸 소비자가 성적표에서 빠진 셈이다.

1.0%를 뜯어 보면 정부가 먼저 보인다

기여도 분해가 실체를 드러낸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정부 지출(소비+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0.8%포인트로 민간(0.2%포인트)을 압도했다. 총수출이 1.1%포인트를 끌어올렸지만 수입이 1.0%포인트를 깎아 순수출 기여는 0.1%포인트에 그쳤다. 반도체 호조가 설비투자(0.4%포인트)와 수출을 동시에 밀었고, 그 장비 상당량이 수입이라는 뜻이다. 엔진은 가계 지출이 아니라 기업의 공장과 정부의 재정이었다.

구분2분기3분기
민간 기여도+1.1%포인트+0.2%포인트
정부 기여도-0.5%포인트+0.8%포인트

3개월 만에 민간과 정부의 자리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소비자는 자리를 떴다

민간소비 감소의 방아쇠는 두 사건이었다. 한국경제는 7월 증시 급락으로 금융서비스 소비가 급감했고, 자동차 제조업체 전면 파업으로 완성차 인도가 밀리며 승용차 소비가 줄었다고 짚었다. 여기에 10월 소비자심리지수가 전월보다 1.2포인트 하락하며 한 달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파업과 증시는 일회성이라는 반론이 가능하다. 다만 심리 지표까지 꺾였다는 점에서 단순 착시로 치기는 어렵다.

반론: 국민 총주머니는 49년 만에 불었다

공정하게 보자. 같은 발표에서 실질 국민총소득(GDI)은 전년동기비 18.8% 증가하며 약 49년 만에 최대 폭을 기록했다. 무역조건 개선으로 한국이 실제로 벌어들이는 구매력은 통계가 남기지 않은 수준으로 불어났다. 8월 경상수지 흑자는 역대 2위였고 연간 4500억 달러 달성 전망도 나왔다. 소비가 잠시 쉬어 가는 사이 국민 총주머니가 커졌다는 해석도 성립한다.

성장이 좋을수록 조여지는 금리

남은 질문은 이 성장이 금리를 어디로 밀지다. 한국은행은 7월과 8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린 뒤 10월 22일 연 3.0%에서 동결했다. 시장은 11월 인상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신현송 총재는 "AI 호황이 3.3% 성장을 견인한다"며 "물가가 잡힐 때까지 긴축"이라는 선을 그었다. 수출이 성장률을 끌어올릴수록 통화정책은 조여지고, 그 비용을 내는 쪽은 대출금리 앞에 선 가계와 내수 기업이다.

숫자의 좋음과 체감의 나쁨이 갈리는 지점

숫자 자체는 나쁘지 않다. 이동원 한국은행 경제통계2국장은 4분기에 1.4% 이상 자라면 연간 4% 성장도 가능한다고 봤고, 4분기에 0%로 멈춰도 연간 3.6%는 확보된다. 문제는 배분이다. 이번 분기 성장은 정부와 반도체 공장에 몰려 있고, 가계는 금리와 물가 사이에서 지갑을 닫았다. 정부 지출이 민간 소비를 대신 실어 주는 구조는 예산이 버텨주는 동안만 유효하다. 내수가 다시 서는지, 아니면 이번 분기가 마지막 모래성이었는지가 4분기의 진짜 질문이다.


분석 근거: 한국은행 '2026년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 보도자료(2026.10.27), 한국경제 2026년 10월 27일자·10월 22일자·10월 8일자 보도.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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