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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참사의 골프 논란은 대통령이 골프장에 있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사실이 뒤늦은 해명으로야 공개되었다는 순서에서 비롯되었다광장

골프 일정 자체가 아니라 그 사실이 해명으로야 공개되는 순서가 신뢰를 깨는 문제임을 짚는다.

백영우 필자2026년 10월 12일

뒤늦었습니다. 해명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이 사고보다 더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10일 대구 상가 건물 천장이 붕괴해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 당시 이재명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정치권 공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이 사고 당시 태릉 골프장에 있었다고 주장했고, 청와대가 그 뒤에서야 현장에서 보고를 받고 수습 지시를 했다고 해명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사실 자체가 아니라 사실이 공개되는 순서가 불신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주진우 의원이 인명사고 때마다 골프를 친다는 취지로 말하며 '황제골프'라 비판한 것은 정치 공세의 언어입니다. 그러나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그 공세에 맞선 민주당의 반박 논리입니다. 대통령이 사고가 날 줄 미리 알 수 있었느냐는 취지의 반문은, 예측할 수 없었다는 논리로 행보 공개 여부 자체를 슬쩍 덮어버립니다. 예측 불가능성은 면죄부가 아닙니다. 재난이 발생한 시점에 국정 최고 책임자가 어디에 있었는지는 사고의 경중과 무관하게 국민이 알아야 할 정보입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스토킹"이라는 표현까지 꺼내며 질문 자체를 공격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야당 시절에는 감시와 투명을 외쳤던 쪽이 집권하자 감시를 스토킹이라 부르는 전환, 이것이 불신을 키우는 두 번째 층입니다.

진짜 문제는 골프가 아니라 해명이 나온 조건입니다. 의혹이 제기되기 전에 청와대가 스스로 사고 당시 대통령은 태릉 골프장에 있었으나 즉시 보고를 받고 지시를 했다는 취지로 먼저 밝혔다면 이 논란은 시작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권력은 사실을 먼저 꺼내지 않았습니다. 질문이 날아온 뒤에야 답을 꺼내는 이 패턴이, 해명을 사실 확인이 아니라 위기 관리용 문장으로 만듭니다. 밀리지 않았다면 해명이라 부를 필요도 없었을 텐데, 한 발 늦게 나온 문장은 진실을 말해도 거짓으로 들리기 마련입니다.

더 깊이 보면 이재명 정부는 정보를 가진 쪽이 정보가 필요한 쪽에게 "내가 언제 무엇을 했는지 묻지 말라"고 요구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국민이 대통령의 일정을 묻는 것은 사생활 침해가 아니라 공직자 행보에 대한 정당한 물음입니다. 그럼에도 "사고를 미리 알 수 있었느냐"는 반문과 "스토킹"이라는 수사는, 질문하는 쪽을 도덕적으로 압박해 사실 공개 요구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움직임입니다. 이런 식으로 국민의 질문을 봉쇄하면 다음 재난 때도 국민은 같은 시점에 같은 방식으로 뒤늦은 해명이나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재난 발생 시점의 국정 최고 책임자 행보를 묻는 것을 정치 공세로만 치부하지 마십시오. 공개 시점과 내용을 스스로 검증할 수 있게 내놓는 관행을 세워야 합니다. 사고가 나면 골프장에 있었는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나면 골프장에 있었다는 사실을 먼저 밝히는 것이 권력의 기본 자세여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이재명 대통령 아래에서는 질문이 사실을 끌어내고, 질문이 멈추면 사실도 멈추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습니다. 사실을 먼저 꺼내는 쪽이 권력을 쥐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끌어내는 쪽이 권력을 쥐게 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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