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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노 값을 올리며 원두만 말하는 매장은 컵과 자리와 인건비의 값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광장

원두값 인상을 이유로 커피값을 올리는 매장의 설명은 원가의 작은 한 조각만을 보여 주는 것이다.

백영우 필자2026년 10월 6일

원두값이 올랐다고 합니다. 그래서 커피값을 올린다는 안내 문구가 메뉴판 앞에 붙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 국제 아라비카 생두 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커피숍 메뉴 값도 잇따라 올랐고, 매장마다 인상 사유를 원두로 설명하는 팻말을 내걸었습니다. 오른 것 자체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설명은 원가의 작은 한 조각만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에스프레소 한 잔에 들어가는 원두는 통상 7~8g입니다. 생두와 로스팅 손실을 감안해 원두 값을 아무리 크게 잡아도 잔당 원두 원가는 몇백 원을 넘지 않습니다. 생두 가격이 두 배로 뛰어도 한 잔에서 늘어나는 원두 비용은 기껏해야 백 원 남짓입니다. 반면 컵과 뚜껑, 우유, 인건비, 임대료가 원가의 더 큰 몫을 차지합니다. 원두값이 올랐다는 이유로 메뉴값이 잔당 원두 상승분보다 큰 폭으로 오른다면, 인상의 실제 사유는 원두가 아닙니다.

대형 프랜차이즈는 물량 계약과 선물 매수로 원두값 급등을 늦게 반영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 매장이 원두값 상승 소식이 보도되자마자 메뉴 값을 올린다면 시점이 맞지 않습니다. 실제 원두 비용이 계약에 반영되기도 전에 인상을 단행한 셈입니다. 인건비와 임대료, 로스팅과 물류 비용이 함께 올랐다는 점을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 비용들이야말로 인상의 더 큰 몫을 설명합니다. 문제는 그 모든 사유를 원두 하나로 뭉뚱그려 손님에게 들이미는 관행입니다.

이 관행이 남아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원두값은 뉴스가 되므로 손님이 수긍하기 쉬운 사유이고, 임대료와 인건비는 회사 사정으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긍하기 쉬운 이유와 실제 이유가 다르다면 그 설명은 정직한 가격표가 아닙니다. 계산대 앞에서 우리가 사는 것은 낱낱의 원두가 아니라 컵에 담긴 원두와 사람의 손, 그리고 앉아 마실 자리의 묶음입니다. 그 묶음의 값이 올랐다면 그렇게 말해야 합니다.

가격을 올리는 일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닙니다. 묻는 것은 설명의 성실함입니다. 원두가 얼마, 컵이 얼마, 인건비가 얼마 올랐는지 항목을 나누어 보여 주지 않는 '원두값 인상'은 근거 없는 이유로 봐야 마땅합니다. 무엇이, 얼마나, 올랐는지를 물어야 합니다. 그것이 정직한 가격표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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