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화병에 걸린 1400만 개미들
밤 8시까지 이어지는 주식 거래 시간 연장으로 스마트폰 시세 알림을 끄지 못하고 밤을 새우는 직장인 투자자가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14일 코스피·코스닥 전 종목(2700여개)을 대상으로 밤까지 거래할 수 있게 만든 '애프터마켓'을 열었는데, 개장 첫날 1조8177억원이던 하루 거래 금액이 나흘 만인 17일에는 9905억원으로 줄어 이틀 연속 1조원을 밑돌았다. 잠자는 동안에도 오르내리는 주가를 쫓다 보니 불안감이 소화불량, 불면 같은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는 이른바 '주식 화병'이 투자자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
문 열자마자 1조원 무너진 애프터마켓
이런 흐름과는 달리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시장을 더 오래 열어두는 길을 택했다. 오전 프리마켓을 포함해 하루 12시간 거래 시대에 들어섰고, 2027년까지 24시간 거래를 실시하겠다는 계획도 공식화했다. 퇴근길 직장인의 투자 접근성 확대, 미국 거래소와의 경쟁, 해외로 빠져나가는 서학개미 자금 유출 방지가 그 명분이었다. 거래가 줄어드는 데서 그치지 않는 문제가 더 크다. 얇은 호가창이 초래하는 가격 왜곡이 그것이다.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은 애프터마켓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6일 프리마켓에서 SK하이닉스가 11주 거래만으로 29.98% 폭락해 하한가를 기록한 사태가 얇은 호가창의 리스크를 보여준다. 애프터마켓 개장 첫날 가격변동성완화장치(VI) 발동 횟수가 정규장의 3배에 달한 것도 가격 왜곡의 결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는 인프라 준비가 덜 된 채 시장을 열면서 운영 혼란을 키웠다. 정규장과 애프터마켓을 하나로 잇는 원보드 시스템이 없어 개인 투자자는 퇴근길에 동일한 주문을 새로 넣어야 하는 불편을 겪는다. 개장 첫날 아침에는 최선주문집행(SOR) 시스템 오류로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등에서 주문 체결 조회가 지연되고 취소 주문이 먹통이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 결과 1400만 개인 투자자의 일상은 부담이 커지고 있다. 낮에는 오후 8시까지 연장된 국내 증시 시세를 확인하고, 밤에는 24시간 돌아가는 미국 증시와 야간 선물 동향을 체크하느라 잠을 설친다. 증권사 노동자들도 자정을 넘겨 새벽까지 이어지는 결제·회계 작업을 하고 있다. 필자는 자본시장 선진화의 본질이 개인 투자자의 일상과 수면 시간을 줄여가며 거래 시간을 늘리는 데 있지 않다고 짚었다. 필자는 낮 시간 정규장에서 대주주의 일반통행과 불공정 거래를 차단하고 장기 투자가 가능한 투자 환경을 먼저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며, 24시간 거래 확대는 국민의 일상에 부담을 주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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