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주문 금액은 매장을 지키는 장치가 아니라 1인 가구의 밥값을 올리는 설계다광장
최소 주문 금액이 지키는 것은 매장 마진이 아니라, 금액을 채우라는 명령처럼 벌어지는 추가 주문이다.
배달 음식점마다 걸어둔 '최소 주문 금액' 얘기입니다. 매장은 소액 주문으로는 배달 원가를 감당할 수 없다며 이 장벽을 생존의 최소한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난 지금, 이 장벽은 가장 큰 고객층의 밥값을 올리는 장치가 된 것입니다.
매장의 논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봅시다. 소액 주문은 배달 원가를 덮지 못하니 손해를 막을 장치가 필요하다, 여기까지는 이해합니다. 그런데 이 논리에는 결정적인 구멍이 하나 있습니다. 배달에 드는 비용이라면 배달비로 받으면 그만입니다. 굳이 음식값의 형태로 받겠다는 것, 그게 문제인 셈입니다. 최소 주문 금액은 가격표에 붙지 않은 배달비입니다. 배달비라는 이름을 달면 소비자가 주문을 망설이니, 음식을 더 사게 만드는 방식으로 같은 돈을 걷겠다는 설계인 것입니다.
그 설계가 실제 장바구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냉정하게 보십시오. 매장이 말하는 최소 금액은 손해 방지선이지만, 소비자가 마주하는 최소 금액은 강제 쇼핑선입니다. 만 원짜리 식사를 하려던 사람이 장벽을 넘기 위해 탕수육을 얹고, 음료를 얹고, 결국 먹지도 않을 메뉴를 결제창에 담습니다. 먹을 만큼만 시키겠다는 계획은 최소 금액 앞에서 무너지고, 남은 음식은 냉장고를 거쳐 음식물 쓰레기 봉투로 향하는 것입니다. 매장은 원가를 지켰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 원가는 소비자의 필요 없는 소비와 버려지는 음식으로 치러진 것입니다.
혼자 사는 사람의 식사 비용이 어떻게 불어나는지 단계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처음에는 만 원짜리 한 끼였습니다. 최소 주문 금액을 채우느라 추가 메뉴가 붙어 만 오천 원이 됩니다. 여기에 배달비가 얹히면 한 끼가 이만 원 가까이로 불어나게 됩니다. 같은 음식을 여럿이 나눠 먹는 가구는 이 비용을 인원수로 나눕니다. 혼자 사는 사람은 추가 메뉴도 배달비도 온전히 혼자 떠않습니다. 최소 금액과 배달비를 합한 금액은 음식값 그 자체보다 크고, 나눠 먹는 사람들의 1인당 비용보다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문제는 이 부담이 사회의 변방이 아니라 한복판에 떨어진다는 사실입니다. 1인 가구는 이미 전체 가구의 3분의 1을 훌쩍 넘어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가 되었고, 그 비중은 커질 일변입니다. 혼자 먹는다는 이유로 더 많은 음식을 사야 합니다. 혼자 먹는다는 이유로 배달비를 나눌 상대가 없습니다. 혼자 먹는다는 이유로 남는 음식까지 떠않습니다. 매장이 가장 크게 의존하는 고객층에게 가장 불리한 조건을 걸고 있으니, 이것을 역차별이라 부르지 않고 무엇이라 부르겠습니까.
그렇다고 매장에 손해를 보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방법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최소 금액이라는 장벽 대신, 거리와 주문 금액에 따라 배달비를 차등으로 매기면 됩니다. 소액 주문에는 그에 맞는 배달비를 붙이고, 멀리 갈수록 더 받으면 배달 원가에 가까운 비용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먹을 만큼만 주문하고 그 대가로 정직한 배달비를 냅니다. 매장은 음식을 억지로 더 팔지 않고도 원가를 건지게 될 것입니다. 비용은 비용의 이름으로 받는 것, 이 단순한 원칙 하나면 장벽은 필요 없습니다.
배달비는 배달에 붙이고, 밥값은 밥에 붙이십시오. 그것이 장사의 기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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