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예매한 일행의 자리를 먼저 떼어놓고 되사게 하는 좌석 지정료는 자리를 고르는 선택이 아니라 흩어 놓은 사람을 다시 붙이는 값표다광장
좌석 지정료의 정체는 좋은 자리를 고르는 대가가 아니라 갈라 놓은 일행을 다시 붙이는 대가다.
송시옥 필자2026년 10월 25일예매 화면에서 아이와 창가를 나란히 앉으려던 부모가 결제 버튼 앞에서 멈춰 섭니다. 무료 좌석에는 일행이 나란히 앉을 자리가 보이지 않고, 통행로를 사이에 두고 번호가 뜬 두 자리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국내 항공사들이 무료 배정 좌석을 줄이고 유료 좌석 지정을 늘리는 쪽으로 예매 시스템을 손질해 온 뒤로, 같은 예약번호로 표를 끊은 일행이 서로 떨어져 배정됐다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좌석 지정료는 원하는 자리를 골라 타는 선택 서비스가 아닙니다. 함께 타기로 한 사람을 미리 떼어놓고 그 사이를 다시 사게 만드는 이중 과금입니다.
이 구조를 '선택'이라 부릴 수 없는 까닭은 명확합니다. 선택의 전제인 기본 옵션이 의도적으로 빈약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항공사 입장에서 좌석은 한정된 자원이라 유료로 풀 수 있는 자리를 늘리는 게 수익 관리상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예약번호로 묶인 일행을 시스템이 굳이 분리해 배정한 뒤, 그 분리를 풀려면 돈을 내라고 안내하는 것은 자원 최적화의 범주를 벗어납니다. 승객이 원해서 자리를 고르는 게 아닙니다. 항공사가 만들어낸 분리를 원래대로 되돌리려고 돈을 내는 겁니다.
과금의 성격이 여기서 달라집니다. 다섯 살짜리 아이를 통행로 건너편에 혼자 앉힐 부모는 없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부모를 모시고 타면서 자리를 떼어놓는 것은, 사고가 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항공사가 파는 것은 편의가 아니라 분리의 불안이고, 승객이 사는 것은 넓은 자리나 빠른 탑승이 아니라 불안의 해제입니다. 편의에 가격을 매기는 것과 불안에 가격을 매기는 것은 도덕적으로나 제도적으로나 같은 선상에 놓일 수 없습니다.
무료 좌석이 줄어드는 추세, 일행 분리 배정의 반복, 약자에게 돌아가는 사실상의 강제 과금—이 세 단계가 겹치면 좌석 지정료는 더 이상 부가서비스가 아닙니다. 부가서비스가 성립하려면 기본 서비스가 최소한의 기능을 유지해야 하는데, 함께 탑승하려는 사람을 붙여 앉히는 것은 항공 여객 운송의 최소한 기능입니다. 그 기능을 기본에서 빼내 유료 칸으로 옮겼다면 서비스 확장이 아니라 서비스 축소일 뿐입니다. 같은 예약번호의 동행자를 시스템이 붙여 배정하는 것을 기본으로 되돌려야 합니다. 유료 지정을 팔더라도 항목과 기준을 예매 화면에 미리 밝혀 승객이 무엇을 사는지 알고 결제하게 해야 합니다. 분리를 만든 쪽이 그 해소의 값까지 받는 체제에서 '선택'이라는 단어는 위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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