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무죄를 상식 밖이라 부르는 것은 사법개혁의 언어가 아니라 마음에 안 듼 결과에 대한 불복의 언어다광장
무죄 판결을 상식 밖이라 부르며 개혁 프레임을 꺼내드는 것은 사법에 대한 논박이 아니라 결과에 대한 압박이다.
김인환 필자2026년 10월 24일무죄가 나오면 상식 밖이요, 유죄가 나오면 사필귀정입니까. 오세훈 서울시장의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혐의 사건에서 1심은 유죄, 2심은 무죄로 판단이 갈렸습니다. 항소심 법원이 명태균의 진술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1심의 시장직 상실형을 뒤집었고, 특검이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힌 만큼 최종 판단은 아직 대법원에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2심 무죄가 나오자 더불어민주당은 "상식에 벗어난 판결"이라며 사법개혁 프레임까지 동원해 판결 자체에 불복 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한겨레가 전합니다.
심급제도 안에서 항소심이 1심의 결론을 뒤집는 것은 비정상이 아니라 제도가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1심 법원이 증거를 평가해 유죄를 선고하고, 2심 법원이 추가된 자료와 변론을 바탕으로 다른 결론을 내리는 과정이 곧 삼심제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확정되지 않은 판결을 두고 "상식 밖"이라 단정하는 것은 심급제도 전체를 부정하는 태도가 아니겠습니까. 1심 유죄 때는 사법부의 건강함을 칭찬하던 쪽이 2심 무죄가 나오자마자 개혁의 부재를 탓합니다. 이는 사법부의 독립이 아니라 결과에 대한 만족도를 기준으로 법원을 평가하겠다는 선언입니다.
결과가 마음에 들면 사법 정의요,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법 개혁의 대상입니까. 더불어민주당이 내건 사법개혁 프레임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판결 이유에 대한 논박이 빠져 있습니다. 법원이 명태균의 진술 신빙성을 어떻게 판단했는지, 증거 평가에서 어떤 한계를 지적했는지 따지는 대신 "상식 밖"이라는 감정적 수사로 판결 전체를 무효화하려 합니다. 결과가 자신의 기대와 다르게 나왔다는 사실 하나로 사법부 전체에 개혁의 압박을 가하는 것은 사법개혁이라는 말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 뿐입니다. 유리한 판결이 나올 때마다 같은 압박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기도 합니다.
결과에 따라 태도가 바뀌는 사법 압박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오늘 이 판결에 불복하는 논리가 내일 또 다른 판결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지는 구조이고, 그 압박이 누적되면 법원은 판결문이 아니라 광장의 목소리를 먼저 의식하게 됩니다.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다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항소심이 제시한 판결 이유를 조목조목 논박하는 것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결과가 마음에 들면 사법의 위대함이라 하고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상식 밖이라 하는 태도가 남기는 것은 개혁의 유산이 아닙니다. 사법이 결과에 따라 흔들리는 관행,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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