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가 조사 다음 날 숨진 마당에 유서에 강압조사가 없었다는 말로 논란을 끝내려는 것은 수사의 정당성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검증을 회피하는 일이다광장
숨진 피의자의 유서를 근거로 강압이 없었다고만 하는 특검, 정당성은 결론이 아니라 조사 기록 공개로 증명해야 한다.
박세미 필자2026년 10월 24일가장 시끄러운 변명이 가장 빈약한 방패입니다. 선관위특검팀은 피의자 조사를 받은 직원이 다음 날 숨진 채 발견됐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유서에 강압조사 관련 내용이 없으니 강압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검 측은 변호인 입회 아래 조사가 이뤄졌고 유서에도 관련 내용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수사 방식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있습니다. 반면 변호인 측은 조사를 담당한 검사의 직무배제를 요구하며 조사 방식에 문제가 있었음을 제기하고 있는가 하면, 중앙선관위는 직원 사망에 유감을 표명한 상태입니다. 양측 주장이 맞서는 동안 특검 수사는 마비되고, 수사의 정당성 자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유서에 쓰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됩니까? 유서란 죽음에 이르는 모든 원인을 기술하는 문서가 아니라, 죽음을 결심한 사람이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었던 말을 담는 문서입니다. 조사 과정에서 겪은 압박이나 모욕을 굳이 적지 않았을 수도 있고, 조사 대상자가 느낀 심리적 압박을 스스로 '강압'이라는 단어로 분류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부재를 무죄의 증거로 삼는 논리는, 어떤 사건의 현장에 목격자가 없었다는 이유로 범죄 자체가 없었다고 단정하는 것과 같은 구조가 아니겠습니까. 특검팀이 내세우는 유서의 부재는 강압이 없었다는 결론이 아니라, 강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유서 밖에 있다는 뜻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강압 여부를 가리는 유일한 길은 절차 기록일 수밖에 없습니다. 조사가 언제 시작돼 언제 끝났는지, 피의자가 어떤 질문에 어떻게 답했는지, 변호인이 실제로 조사 전 과정에 입회했는지, 조사관의 발언 가운데 압박에 해당하는 표현이 있었는지를 기록이 말해줍니다. 특검팀이 유서의 부재를 앞세워 강압이 없었다고 단언하는 동안, 정작 그 기록은 특검의 금고 안에 있습니다. 누군가를 조사하고, 그 조사를 받은 사람이 다음 날 죽었으며, 조사가 적법했다고 주장하는 쪽이 바로 그 조사 기록을 독점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상태에서 수사의 정당성을 의심하는 것은 음모가 아니라 상식입니다.
변호인 측이 조사 담당 검사의 직무배제를 요구하며 정면 충돌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조사 방식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가리는 절차적 검증이 아니라, 결론부터 내린 뒤 유서를 방패로 삼아 검증 자체를 거부하는 태도가 충돌의 본질입니다. 해명은 결론이 아니어야 하고, 결론은 기록 위에 서야 합니다.
조사 일시, 조사 시간, 질문 내용, 변호인 입회 여부, 조사관의 발언, 피의자의 답변, 조사실 녹음녹화, 절차적 위반 소지가 있는 모든 기록. 이것들을 공개하고 검증에 맡기는 것만이 지금 특검에 남은 유일한 신뢰 회복의 길입니다. 기록을 열지 않으면 특검은 스스로 지은 의심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REBUTTAL
이 논점에 반박하세요
이 지면의 최고 찬사는 박수가 아니라 반박입니다. 어긋나는 논점은 침묵하지 말고 글로 내놓으세요.
- 채택된 반박은 원문 아래에 필자 이름과 함께 영구히 남습니다
- 원문 필자는 반박에 답할 의무를 집니다
- 반박을 쓴 필자는 광장에서 논단·석좌로 승격 심사를 받습니다. 논단부터는 조회수에 따른 광고수익 분배
첫 반박의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이름이 원문 아래에 오릅니다.
반박
아직 반박이 붙지 않았습니다.
첫 반박을 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