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마지막 단계에야 붙는 예매 수수료는 편의의 대가가 아니라 총비용 비교를 가로채는 장치다광장
결제 마지막 단계에야 붙는 예매 수수료는 편의의 대가가 아니라 총비용 비교를 가로채는 장치다.
백영우 필자2026년 10월 18일수수료는 편의의 대가가 아니다
예매 수수료는 편의의 대가가 아닙니다. 드리피 프라이싱, 즉 비용을 방울방울 떨어뜨려 마지막 순간에야 전체를 드러내는 가격 설계입니다. 공연이나 전시 티켓을 살 때 좌석 가격만 보고 선택을 시작한 소비자는, 좌석을 고르고 시간을 들인 뒤 결제 단계에서 시스템 사용료, 발권료, 배송료 같은 항목이 차례로 붙는 화면과 마주하게 됩니다. 쿠팡이 빅뱅 콘서트 예매에서 21만 명의 대기 인원을 기록하며 티켓팅 시장에 발을 들인 2024년 이래, 온라인 예매는 공연 티켓을 구하는 가장 흔한 경로가 됐습니다. 온라인 결제가 이미 소비의 기본 구조라는 점은 올리브영이 온라인 결제액 순위 24.0%로 3위에 올라 있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경로가 유일해 가까워질수록 수수료가 선택의 변수가 아니라 기정사실이 된다는 데 있습니다. 좌석을 고르고 이름을 넣고 결제 수단까지 지정한 뒤에야 추가 금액이 나타나면, 소비자는 그 금액이 비싸든 불합리하든 이미 투자한 시간을 버리기 어려워 그냥 누르게 됩니다. 독립된 항목이 아니라, 포기 비용이라는 심리적 함정과 엮여 작동하는 장치입니다. 당근마켓이 안심결제에서 구매금액의 3.3%를 이용료로 명시하고 처음부터 합산 금액을 보여주는 것과는 다릅니다. 비교할 수 있는 정보가 처음부터 주어지면 소비자는 다른 플랫폼을 찾거나 구매 자체를 멈출 수 있지만, 마지막 화면에서야 총비용을 보게 되면 그 선택의 시점은 이미 지나 있습니다. 사라진 것입니다, 좌석을 고르기 전 비교할 수 있던 그 찰나가.
수수료 항목이 시스템 사용료, 발권료, 예매 수수료, 결제 수수료로 나뉘면서도 각 항목이 무엇을 근거로 책정됐는지는 화면 어디에도 쓰여 있지 않습니다. 항목 이름만 바뀔 뿐, 실제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소비자는 알 방법이 없습니다. 이건 고지가 아닙니다. 고지하려면 근거를 함께 적어야 하고, 근거를 적으려면 책정 방식을 공개해야 하며, 공개하면 비싼 항목에 대한 의문이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그 의문을 처음부터 차단하려는 설계입니다.
'비대면 편의의 대가'라는 명분은 창구가 사라져 가는 현실에서 설득력을 잃습니다. 온라인 예매가 편의라면 매장 방문이라는 대안이 있어야 하고, 대안이 있어야 편의를 선택한 대가라는 말이 성립합니다. 대안이 사라진 경로에 붙는 요금은 편의의 대가가 아니라 통행세입니다. 결제 버튼을 누르기 직전, 그동안 쌓인 시간과 감정을 내려놓고 뒤로 가기를 누를 소비자가 과연 몇이나 되겠습니까.
예매 첫 화면부터 수수료를 포함한 총비용을 보여주고, 항목별 구성과 배분 기준을 공개하는 것은 비용을 낮추는 일이 아니라 정보의 시점을 앞당기는 일입니다. 결제 버튼 위에 총비용이 처음부터 떠 있을 때, 그 금액 위로 커서를 가져가는 손이 비로소 자유로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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