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에서 국민이 들어야 할 것은 사퇴 요구의 목소리가 아니라 그 요구를 만든 실패에 대한 해명이다광장
농지·치안·주식 참사의 책임 묻기가 사퇴 요구 경쟁으로만 소비될 때 실패의 원인은 그대로 남는다.
국감이 사퇴 요구의 성명 발표회로 전락하면, 그 요구가 겨냥한 실패의 원인은 어깃장 너머로 사라집니다. 국회는 정책 실패의 원인을 캐묻는 자리인데, 정작 정책을 만든 사람이 왜 물러나야 하는지를 묻는 목소리에 파묻혀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밝히는 일은 뒷전으로 밀립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농지 전수조사 해명과 그 해명을 둘러싼 사퇴 요구는, 책임을 묻는 자리가 어떻게 변명의 자리로 둔갑하는지 보여주는 한 사례입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감에 앞서 송미령 장관은 농지 참사에,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치안 참사에,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주식 시장 참사에 각각 책임이 있다며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언론은 보도했습니다. 세 사람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정작 그 세 사람이 저지른 정책 실패가 무엇인지 따지는 목소리는 작아집니다.
송미령 장관이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싸고 내놓은 해명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투기 목적의 농지는 조치하되 관행적인 위반에는 처분을 유예하겠다는 선 긋기로 요약됩니다. 그 해명이 나오기까지의 경과를 보면 문제의 결이 드러납니다. 기사에 따르면 장관은 처음에 농사짓는 농업인들에게는 피해가 없으며 투기가 아닌 경우 처분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국회에서 준비 미흡을 추궁당하자 "제 불찰"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이어 상속 농지와 고령 농업인 등 5개 유형에 대해 구제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이 단계를 쌓아 올려 보면, 해명의 궤적은 정책의 원래 의도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불만이 불거지는 만큼 대가리를 깎아 맞추는 데 가깝습니다. 정책을 설계한 사람이 왜 그 설계가 이 결과를 낳았는지 설명하면 해명이 되는데, 송 장관이 보여준 것은 선 긋기였지 원인 규명이 아니었습니다.
여기에 사퇴 요구가 겹치면 구조가 완성됩니다. 정점식 원내대표가 사퇴를 요구한 세 사안은 농지 전수조사, 치안, 주식 시장의 제도 운영 실패입니다. 그 세 가지가 정책의 의도와 결과 사이에 어떤 종류의 격차를 만들었는지 밝히는 것이 국감의 본령입니다. 그런데 사퇴 요구가 해명을 덮어버리면, 책임을 묻는 자리가 변명의 자리로 바뀌는 역설이 생깁니다. 송 장관은 사퇴 압박을 받으면 받을수록, 자신의 해명이 선 긋기로 머물러도 되는 면죄부를 얻습니다. 사퇴하라는 소리가 커질수록 무엇이 잘못됐는지 묻는 소리가 작아지니, 장관으로서는 차라리 사퇴 요구에 버티느라 정책 실패의 원인을 숨기는 편이 유리해집니다.
국감이 해고 여부를 두고 겨루는 인사 심판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 야당의 의무라면, 그 요구가 무엇을 겨냥한 실패인지 밝히는 것이 국감의 의무입니다. 송미령 장관이 내놓은 선 긋기 해명은, 투기 농지와 관행적 위반을 구분하겠다는 정책적 판단이 아니라 정책 실패의 원인을 가리는 방패입니다. 그 방패를 치우고, 농지 전수조사가 왜 설계 단계에서 예상한 결과와 달리 농민의 불안을 불렀는지 캐묻는 것이 국감이 할 일입니다. 정점식 원내대표의 사퇴 요구가 정당하든 그렇지 않든, 그 요구가 해명을 대신하면 실패의 원인은 국감 기록 어디에도 남지 않게 됩니다.
사퇴가 실패의 면죄부로 쓰이는 순간, 다음 참사의 발판이 깔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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