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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질의를 밀어내고 진영 구도로 시간을 채운 국감은 국정을 감사하는 자리가 아니라 카메라를 향해 선거를 준비하는 무대다광장

진영 공방에 국감 시간을 쓰는 동안 임금체불과 해킹 사태 같은 민생 검증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송시옥 필자2026년 10월 28일

국감이 3다3무가 된 이유

국감이 '3다3무'라는 오명을 쓰고 있습니다. 쟁점은 많고 성과는 없으며, 파행은 많고 책임은 없다는 뜻입니다. 여야는 서로를 탓하지만, 이들이 공유하는 진실은 하나입니다. 국감을 국정 감사의 자리가 아니라 카메라를 향한 선거 무대로 쓰고 있다는 것. 시간은 유한합니다. 진영 점수 계산에 쓴 시간만큼 임금체불·해킹·노동시간 같은 쟁점 검증은 줄어들 수밖에 없겠지요. 이것이 국감의 본질적 모순입니다.

이렇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국회의원에게 국감은 1년에 한 번 주어지는 국정 전반 검증의 유일한 공식 무대입니다. 그런데 이 무대는 동시에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인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킬 최고의 홍보 수단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 두 목적이 양립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쟁점을 파고드는 질의는 전문성과 준비를 요구하고, 그 결과는 차분한 검증으로 이어집니다. 반면 진영 논리를 앞세운 공방은 즉각적인 반응을 끌어내고, 언론은 이를 '갈등'으로 포장해 보도하죠. 국회의원이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자명하지 않습니까.

이 선택이 낳은 결과는 참담합니다. 고용노동부는 국감에서 임금체불 문제가 제기되자 엄중히 보겠다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그러나 이 한마디가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진영 간 공방에 허비됐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습니다. 5대 은행장이 해킹 사태로 국감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보안 투자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검증해야 할 민생 현안이 실제로 국감 안에 있었다는 증거입니다. 그런데 이 사안들이 제대로 다뤄졌는지, 아니면 시간 관계상 다음 기회로 밀려났는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주52시간 개편처럼 여야가 실질적으로 답해야 할 쟁점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왜곡이 반복된다는 사실입니다. 야당일 때는 특검이 정의였고, 여당이 되니 특검은 정쟁이 됐습니다. 국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야당은 정부의 실정을 파헤치는 데 집중하고, 여당은 이를 방어하는 데 급급합니다. 양쪽 모두 '감사'라는 본래 목적보다 상대를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때릴 수 있을까에 골몰합니다. 그 결과 국감은 국정을 감사하는 자리가 아니라 내년 선거를 위한 사전 포석을 다지는 무대가 됐고, 국민의 삶과 직결된 쟁점은 이 무대의 조명이 아니라 배경으로 전락했습니다.

시간은 유한합니다. 하루 8시간의 국감에서 진영 구도로 3시간을 쓰면, 쟁점 검증에 쓸 수 있는 시간은 5시간으로 줄어듭니다. 이 3시간은 임금체불 피해자의 억울함을 듣는 시간이 될 수도 있었고, 해킹 사태의 재발 방지책을 꼼꼼히 따지는 시간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회는 이 시간을 서로를 향한 고성과 막말, 그리고 언론 플레이에 썼습니다. 이것이 '3다3무'의 실체입니다. 쟁점은 많지만 파고들지 않고, 성과는 없지만 서로 탓하고, 파행은 많지만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

국감이 선거 무대로 전락한 것을 국회의원 개인의 도덕적 해이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제도의 문제입니다. 국감은 원래 행정부를 견제하고 국정을 감사하기 위한 장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국감은 그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여야는 서로를 견제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서로를 이용해 선거 운동을 합니다. 국민은 이 무대를 지켜보며 무엇을 느낄까요. 국정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안심이 아니라, 정치인들이 자기들끼리 싸우는 데만 열중하고 있다는 환멸일 것입니다.

국감이 끝나면 남는 것은 선거 공보물뿐이고, 국민의 삶은 여전히 감사의 밖에 있습니다. 이것이 국감의 현주소입니다. 국회가 스스로 감사 기능을 포기한 이상, 국민은 이 무대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을 것이고, 그 불신은 내년 선거에서 어떤 형태로든 표현될 것입니다. 국회가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상대 당의 공세가 아닙니다. 국민이 국감을 더 이상 '감사'로 보지 않게 되는 바로 그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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