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상품의 가격을 회원과 비회원으로 나누는 것은 할인 혜택이 아니라 전화번호와 광고 동의로 치르는 이중 가격표다광장
회원가입과 광고 동의를 조건으로 내거는 할인은 혜택이 아니라 정보로 치르는 이중 가격표다.
편의점 카운터에서 4,500원짜리 커피를 사는 손님에게 점원이 묻습니다. 앱 회원이세요? 같은 매장, 같은 상품, 같은 선반에서 꺼낸 캔커피인데 앱을 깔았느냐에 따라 계산대에서 요금이 갈리게 됩니다. 약국, 카페, 영화관에서도 회원 여부로 동일 상품의 가격이 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비회원에게 부과되는 더 높은 금액은 사실상 정가라 부르기 어렵습니다.
기업은 이를 회원 할인이라 부릅니다. 그럴듯한 이름표입니다. 하지만 가격을 깎아 주는 대가로 전화번호, 마케팅 수신 동의, 위치 정보, 광고 활용 동의까지 요구하는 매장이 상당수입니다. 깎아 준 금액만큼 고객의 개인정보와 수신 동의로 걷어 간다는 계산이 그 안에 놓여 있습니다. 마케팅 동의를 철회하면 할인도 사라지는 사례가 확인되는데, 이 구조에서 혜택이란 말은 본질을 가리는 포장지에 불과합니다. 광고 수신권을 사고파는 거래일 뿐입니다.
문제는 이 거래의 총비용이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매장은 2,000원 할인이라고 말하지만, 그 2,000원의 대가로 고객이 넘겨주는 정보의 시장 가치, 수신하게 될 광고의 건수와 시간, 개인정보 유출 시 감당해야 할 위험까지 합산하면 누가 더 비싸게 치르는지 아무도 계산해 주지 않습니다. 거래 비용의 상당 부분이 고지 없이 소비자에게 넘어가는 셈입니다.
가장 기만적인 것은 비회원가를 "정가"인 양 표시하는 관행입니다. 비회원가는 정가가 아니라 가입을 거부한 사람에게 물리는 추가 부담입니다. 정가와 할인가가 아니라, 회원가와 비회원가라는 이름표가 붙은 두 개의 가격표가 하나의 매장에 공존하는 구조입니다. 소비자가 가격을 비교하고 선택할 자유는 앱 설치라는 장벽 너머로 밀려났습니다. 매장 간 경쟁으로 가격을 낮추는 대신, 한 매장 안에서 가입 여부로 가격을 갈라놓는 방식이 자리 잡으면 소비자는 더 싼 곳을 찾아 떠날 수 없습니다.
회원가입 없이도 동일 가격을 받을 최소한의 권리, 그리고 할인과 마케팅 동의를 묶지 않는 원칙이 필요합니다. 가격 비교의 자유를 되돌려 달라는 요구입니다. 가격표가 두 개인 한, 그 매장에 들어선 순간 이미 거래는 시작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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