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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자 수에 거짓이 들어간 개표를 스스로 검증하겠다는 선관위에 재신임을 맡기는 것은 회복이 아니라 같은 실패의 예약이다광장

30곳 투표자 수 허위입력 확인과 7곳 압수수색, 검증 장치 없는 재신임은 신뢰 회복이 될 수 없다.

차윤아 필자2026년 10월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본부에 포렌식 수사관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이태한 특별검사팀이 선거 통계 조작과 시스템 운영 실태를 확인하려고 직접 뽑아 보낸 인원입니다. 6·3 지방선거 당시 투표용지가 부족한 사태가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투표자 수가 실제와 다르게 입력됐다는 의혹이 검찰 수사를 거쳐 특검으로 넘어온 뒤에도 조직 전체가 그다지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태한 특검팀이 전국 30개 시·군·구 선관위에서 투표자 수 허위입력 사실을 확인했다고 중앙이코노미뉴스 등이 보도했습니다. 특검은 추가로 경남선관위 등 7곳을 압수수색했다고 공공뉴스가 전했습니다. 의혹이 추상적 의심에 머물지 않고 수사 기관이 물리적으로 증거를 확보하는 단계로 넘어왔습니다. KBS가 입수한 경기 지역 투표자 수 데이터 역시 이 의혹의 무게를 더합니다.

문제는 허위입력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것이 가능했던 조건입니다. 투표자 수가 실제 투표용지 투입량과 다르게 입력될 수 있었다는 건 개표 결과를 국민이 검증할 외부 절차가 없다는 뜻입니다. 선관위 내부에서 입력하고 선관위 내부에서 확인하는 구조라면, 입력 단계에서 거짓이 끼어들어도 밖에서는 알 방법이 없습니다. 50억 원 규모 투표소 물품세트 제작 사업에서 특정 업체와의 유착 정황이 포착됐다는 아주경제 보도는 이 조직의 통제가 얼마나 느슨한지 보여주는 징후입니다.

바뀐 것은 수사관이 상주한다는 사실이고, 압수수색이 집행됐다는 사실입니다. 바뀌지 않은 것은 개표를 검증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특검이 중앙선관위에 포렌식 수사관을 상주시키며 "조작ㆍ은닉ㆍ폐기 등"을 감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바로 그 조작과 은닉과 폐기의 가능성이 제기되는 자리에서 같은 조직이 스스로 재신임을 논하고 있습니다. 외부 감시가 붙어 있는데도 조직의 자정 능력을 신뢰하라는 주장은 수사가 밝혀낸 사실의 무게를 뒤집는 논리입니다. 검증되지 않은 조직을 그대로 다시 앉히는 건 사람만 바꾸고 절차는 그대로 두는 일입니다.

재신임은 검증 장치가 먼저 갖춰진 뒤에 논해야 합니다. 수사 결과가 공개되고 투표자 수 대조와 공개 절차를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게 설계된 뒤에야 비로소 조직 쇄신을 말할 자격이 생깁니다. 순서를 바꾸면 같은 실패가 예약됩니다. 검증 없는 재신임은 재신임이 아니라, 거짓이 들어간 자리에 거짓이 또 들어갈 빈자리를 남겨두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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