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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 서비스가 해지를 어렵게 만드는 건 방심이 아니라 사업 모델이다광장

해지 절차의 마찰은 실수가 아니라 이탈을 막는 설계이며, 그 비용은 쓰지 않는 구독으로 지불된다.

차윤아 필자2026년 9월 29일

클릭 두 번의 가입, 지옥문처럼 좁은 해지

가장 쉬운 가입이 가장 어려운 해지를 만듭니다. 구독 서비스를 둘러싼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취소하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고, 전화를 걸어야만 해지되는 곳도 있습니다. 이제 막 가입하려는 이에게는 한없이 넓던 문이, 나가려는 이에게는 왜 좁아지는 겁니까.

해지 유예 화면은 실수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냥 두기' 버튼은 눈에 잘 띄는 곳에, '해지하기'는 작고 안쪽에 배치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것을 디자인 미스라 부를 수는 없습니다. 이탈을 막는 마지막 관문이기 때문입니다. 할인 쿠폰이 해지하려는 순간 튀어나오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참 친절한 타이밍 아닙니까. 다만 그 친절이 정확히 지갑을 닫으려는 순간에만 작동한다는 점을 빼면 말이지요.

전화를 걸어야만 해지할 수 있는 서비스가 남아 있는 것은 기술이 못 미치서가 아닙니다. 마찰 자체가 이탈 방지 효과를 내기 때문입니다. 통화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상담원 연결이 어려워지면 이용자는 '다음에 해야지' 하고 미루게 되고, 그 미룸이 한 달 두 달 쌓여 연 단위 계약으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상담 가능 시간이 평일 낮 몇 시간으로 제한되어 있다면 직장인은 해지 자체를 계획에 넣어야 합니다. 전화를 받은 뒤에도 '정말 해지하시겠습니까'를 몇 번 되묻는 확인 절차가 이어지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해지 의사를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말해야 비로소 처리되는 것은 절차가 아니라 심리적 관문입니다. 기업은 이 마찰을 정확히 계산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마찰 설계의 비용은 결국 해지하지 못한 이용자의 월 고정지로 돌아갑니다. 쓰지 않는 구독이 몇 개인지 스스로 세어보면 압니다. 음악 스트리밍, 클라우드 저장소, 운동 앱, 뉴스 구독. 가입할 때는 클릭 두 번이었는데 해지하려면 로그인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가입 화면에는 없던 확인 창들이 해지 화면에만 나타나는 것도 같은 비대칭입니다. 월 만 원짜리 구독을 쓰지 않으면서 세 개만 두고 있어도 1년이면 삼십육만 원입니다. 이 지출은 한 번의 큰 지출과 달리 통장 흐름에 드러나지 않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 채 이어집니다. 이 비대칭이 우연이라 믿을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규제가 아니라 계약의 대칭성입니다. 가입이 클릭 두 번이면 해지도 클릭 두 번이어야 합니다. 기업을 벌주자는 게 아닙니다. 계약이 성립하는 방식과 해지되는 방식이 같아야 한다는 원칙의 문제입니다. 대칭이어야 합니다, 계약은. 해지 절차를 가입 절차와 같은 단계로 맞추는 것은 기업에 손해를 강요하는 일이 아닙니다. 가입의 편의를 믿고 모은 이용자를 나갈 때도 같은 편의로 대하는 것, 그것이 구독이라는 계약이 계약다우려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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