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 1,414조, 재정준칙은 실종됐다
이재명 정부의 첫 예산안은 두 개의 숫자로 요약된다. 727조 9천억원과 51.6%. 하나는 나라살림의 크기, 하나는 그 살림을 지탱하는 빚의 무게다. 정부는 확장재정을 경기둔화와 저출생·고령화 대응의 해법으로 내세우지만, 그 재정을 묶어둘 법적 장치는 4년째 국회 서랍 속에 있다.
예산 727.9조, 적자 107.8조
2026년 예산안은 727조 9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8.1% 늘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7조 8천억원, GDP 대비 -3.9%로 정부 원안(-4.0%)보다 0.1%포인트 개선됐을 뿐 마이너스 3%대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국가채무는 1,413조 8천억원, GDP 대비 51.6%에 이른다.
8년 만에 두 배 넘게 불어난 빚
| 연도 | 국가채무 | GDP 대비 |
|---|---|---|
| 2018년 | 680.5조원 | - |
| 2025년 | 1,175.2조원 | - |
| 2026년(예산안) | 1,413.8조원 | 51.6% |
2018년 680조 5천억원이던 국가채무는 2025년 1,175조 2천억원을 거쳐 2026년 예산안 기준 1,413조 8천억원까지 늘었다. 8년 사이 두 배를 넘어섰다. 한국경제연구원이 IMF 재정 전망을 토대로 내놓은 분석은 한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이 2020년 47.9%에서 2026년 66.7%까지 오르며 OECD 비기축통화국 17개국 중 순위가 9위에서 3위로 뛸 것으로 봤다. 좁은 기준(중앙정부 채무)과 넓은 기준(IMF 일반정부 부채)의 차이는 있지만 방향은 같다. 같은 비교군 다른 나라의 부채비율이 평균 1.0%포인트 줄어드는 동안 한국은 반대로 움직였다.
법으로 묶지 못한 재정
정부는 2022년 7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준칙의 근거를 시행령에서 법률로 올리기로 했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3% 이내로,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으면 -2%로 더 조이는 내용이었다. 여야는 기준의 강도와 예외 조항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강제력 있는 재정준칙 없이 예산 편성권만 남은 구조에서 적자 상한은 정치적 선언 이상의 무게를 갖기 어렵다.
"곳간 문을 닫을 때가 아니다"라는 반론
정부와 여당은 경기둔화, 저출생·고령화 대응을 확장재정의 근거로 든다. 성장이 꺾인 국면에서 재정을 조이면 내수가 더 얼어붙고, 양육·돌봄·연금 같은 인구구조 대응 예산은 지금 쓰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온다는 논리다. 이 주장 자체는 틀리지 않는다. 다만 이 논리가 재정준칙 없는 확장재정을 무기한 정당화하는 근거는 될 수 없다는 반론도 함께 서 있다.
청구서는 다음 세대로 넘어간다
재정준칙이 없다는 것은 이번 정부만이 아니라 다음 정부, 다음 세대에도 같은 문제로 남는다는 뜻이다. 국가채무비율 51.6%라는 숫자보다, 그 숫자를 통제할 법적 장치가 4년 넘게 국회에 갇혀 있다는 사실이 더 무겁다. 확장재정의 필요성과 재정건전성 요구는 양립할 수 있지만, 그 양립을 제도로 만드는 작업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분석 근거: 뉴스핌, 뉴시스, 한국경제연구원(KERI), 나무위키 재정준칙 항목.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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