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메뉴가 매장보다 비싼 것은 가게의 욕심이 아니라 수수료를 값에 얹어 놓은 구조다광장
배달앱 메뉴값이 매장보다 비싼 이유를 가게 탓으로 돌리는 동안 구조는 그대로 남는다.
김인환 필자2026년 10월 12일문제를 만든 것은 가게의 가격표가 아니라 앱이 만든 비용 구조입니다. 배달앱 하나 켜서 치킨 한 마리를 주문하면, 매장에 직접 가서 사는 것보다 몇 천 원에서 만원 가까이 더 내는 일이 이제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습니다. 메뉴 하나를 고르고 결제 화면까지 넘어가는 몇 번의 탭 사이에, 소비자가 눈치채기 어려운 방식으로 비용이 쌓이고 숨겨지는 구조가 자리 잡은 것입니다.
배달앱 주문가가 매장가보다 수천 원씩 비싼 것은 확인된 사실입니다. 그런데 가게 주인이 메뉴값을 올린 탓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가게는 앱에 주문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내고, 상단에 노출되려면 광고비까지 얹어 부담합니다. 그 비용을 메뉴값에 반영하지 않으면 배달 주문 하나를 받을 때마다 적자가 쌓이는 계산 구조가 앱이 만들어 놓은 판입니다. 가게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 판 위에서 장사가 성립하려면 값을 올리는 수밖에 없도록 압박받는 것입니다.
소비자가 한 번의 주문에서 겹쳐 내는 비용의 단계를 따라가면 구조가 선명해집니다. 첫째, 매장가보다 올라간 메뉴값에 이미 수수료가 전가돼 있습니다. 둘째, 거기에 배달비가 별도로 붙습니다. 셋째, 결제 수수료마저 추가됩니다. 그런데 이 비용들이 합쳐진 총액은 마지막 결제 버튼을 누르기 직전에야 한꺼번에 드러납니다. 비용은 여러 층으로 쪼개져 보이지만, 총비용은 의도적으로 한 곳에 숨겨놓는 설계입니다.
여기에 앱은 늘 "가격은 가게가 정한다"고 말합니다. 참 일관된 논리입니다. 가게가 값을 올리도록 만드는 구조를 설계해 놓고, 그 결과 올라간 값의 책임은 온전히 가게에 떠넘기는 방식만큼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으니까요. 가격 결정의 자유라고 부르기에 앞서, 수수료 부담을 메뉴값에 전가하지 않으면 장사가 성립하지 않도록 만드는 압력이 먼저 있습니다. 앱이 가게에 준 것은 값을 올릴 자유가 아니라 값을 올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조건입니다.
'배달 특별가'라는 이름표도 같은 구조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할인처럼 보이도록 포장했을 뿐, 매장가 위에 수수료 분량을 올려 놓은 값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소비자는 할인받았다고 믿도록 유도되지만, 실제로는 매장에서 직접 사는 것보다 비싼 값을 결제하고 있는 셈입니다. 차등 수수료 제도를 2025년부터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운영하기로 합의한 점은 다행입니다. 그러나 그 합의가 수수료를 메뉴값에 얹는 근본 구조를 건드리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주문을 확정하기 전에 매장가와 배달가의 차이와 그 사유를 소비자가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투명성만 요구해서는 부족합니다. 수수료가 메뉴값으로 전가되는 구조 자체를 문제로 다루지 않으면, 소비자는 비싸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결제 버튼을 누르는 사람으로 남게 됩니다. 계량기를 고장 낸 택시기사에게 영수증이나 제대로 발급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진짜 해결책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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