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계산대를 없애고 무인 주문기 앞에 손님을 세우는 것은 기술 도입이 아니라 주문을 받는 노동을 고객에게 무상으로 떠넘기는 일이다광장
무인 주문기는 주문을 받는 노동을 손님에게 떠넘기고 앱을 못 쓰는 사람을 혜택 밖으로 밀어낸다.
가장 시끄러운 기술이 가장 많은 일거리를 손님에게 떠넘겼습니다. 햄버거 가게와 카페, 영화관 매장에 무인 주문기가 자리 잡으면서 사람 계산대를 한 곳만 남기거나 아예 없앤 곳이 늘었고, 손님은 이제 기기 앞에 서서 직접 메뉴를 고르고 결제를 마친 뒤 음식이 나오는 자리까지 찾아가야 합니다. 업계가 내세우는 명분은 인건비 절감과 주문 오류 감소, 대기 줄 단축입니다. 그러나 그 편의가 누구의 편의인지 따져보면 설득력이 크게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인건비를 줄인 만큼 메뉴 값을 깎아주거나 적립 혜택을 늘렸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주문 오류를 줄인다면서 잘못 입력한 책임은 고스란히 고객 몫입니다.
참으로 기특한 노동 이동입니다. 판매자가 맡던 주문 접수와 결제 처리, 심지어 음식을 카운터까지 가져다놓던 일손까지 고객이 떠맡았는데 그 노동에 대한 보상은 단 한 푼도 없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임금이라는 비용 항목을 지우고 그 자리에 무료 노동력을 앉혔을 뿐이고, 그 과정을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놓았습니다. 메뉴 값을 유지한 채 주문 노동만 고객에게 넘겼다면 그것은 기술 도입이 아니라 비용 전가입니다.
더 잔인한 것은 이 구조가 혜택의 통로까지 틀어막는다는 점입니다. 할인 쿠폰과 적립 혜택을 앱 전용으로 몰아세우면, 키오스크와 스마트폰 앱을 다루지 못하는 고령자와 저시력자는 같은 값을 치르고도 할인에서 밀려납니다. 젊고 앱에 익숙한 층에게는 편리한 계단이,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차단벽이 되는 셈입니다. 그 차이가 소비자의 선택이 아니라 기업의 설계에서 비롯됐다면 이는 자발적 수용이 아니라 강제된 배제에 가깝습니다. 같은 돈을 내고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을 기술 적응이 늦은 탓으로 돌리는 것이 과연 공정한 귀결입니까.
기술을 들인 매장일수록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직원 한 명과 사람 계산대 선택지를 남겨두는 것은 최소한의 책무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흐름은 선택지를 좁히는 쪽으로만 달려가고, 기기 앞에서 헤매는 손님에게 직원은 빠르게 조작하면 된다는 말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자동화를 피할 수 없다면 밀려나는 사람들에게 보상과 선택의 폭을 넓히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은 기술 도입은 기업의 비용을 고객에게 나눠 내라는 수단일 뿐입니다. 기름칠을 하던 손이 사라진 자리에 기계만 세워둔 채 그 빈자리를 서비스라 부르는 것은, 그 서비스의 값을 누가 치르고 있는지 잊게 만드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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