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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이 88주 연속 오르는 동안 정부가 조인 것은 시장의 나사가 아니라 대출 문턱이었다광장

1년간 88주 오른 서울 집값 앞에서 대출 규제 중심 대책의 한계를 숫자로 묻는다.

송시옥 필자2026년 10월 17일

정부가 가장 세게 조인 것이 집값을 가장 비싸게 만들었습니다. 지난해 10월 15일 정부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 급등을 막겠다며 대출을 강하게 규제하는 대책을 내놓았고, 1년이 흐른 지금 한국부동산원 집계로 서울 아파트값은 88주 연속 상승 기록을 써가고 있습니다. 대책의 명목은 안정이었지만 시장이 움직인 방향은 정반대였습니다.

88주라는 숫자 앞에서 '안정화'라는 단어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대책 발표 전후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10% 안팎으로 올랐고, 상승이 멈춘 주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정부는 시장의 나사를 조인 것이 아니라 대출 문턱만 높였습니다. 그 문턱을 넘지 못한 사람은 시장에서 퇴장했고, 넘은 사람만 남아 가격을 다시 만들었습니다.

걸러낸 것은 수요가 아니었습니다. 자금 여유가 없는 수요였습니다. 걸러내지 않은 것은 가격 상승 자체였습니다. 대출 규제라는 장치는 집을 사려는 사람의 총량을 줄이는 게 아니라, 그중 현금이 부족한 사람만 골라내어 내보낼 뿐입니다. 자금을 가진 층은 규제와 무관하게 거래를 이어갔고, 규제가 닫아버린 구간의 수요는 전월세 시장으로 밀려났습니다. 월세 거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것이 바로 이 구조가 만든 결과입니다.

강남은 안정되는데 서민 아파트가 오른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대출 규제는 자금 여유가 큰 상류권 시장에는 거의 닿지 않으면서, 실수요가 몰리는 중저가 구간의 자금 접근성만 옥죄었습니다. 규제가 잡은 것은 가격이 아니라 가장 취약한 계층의 주택 접근권이었습니다. 전세난도 같은 구조가 빚어낸 결과입니다. 매수를 못 한 수요가 전세로 쏠리고, 전세 자금마저 대출이 막히면서 임대인이 조건을 올리는 구조가 고착되었습니다.

착실한 정책입니다. 내놓을 때의 목표와 1년 뒤 결과가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나타났음에도, 대책의 틀을 고쳐 잡겠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으니까요. 국감과 현장에서 집값 안정화 실패 공방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책임은 시장 탓으로 돌려지고 있습니다. 시장이 정책의 방향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 정책이 시장의 구조를 읽지 못한 것입니다.

대출 조이기만으로 88주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입증됐습니다. 정책의 축을 실수요 구간의 공급과 임대로 옮기지 않으면 89주, 90주가 같은 논리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분기별로 대책의 성과를 스스로 공개하여, 어느 지점이 작동했고 어느 지점이 무너졌는지를 데이터로 보여주는 일입니다. 88주째 오르는 집값을 보면서도 대출 문턱만 조이겠다는 것은, 불을 끄겠다며 산소만 통제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이제는 그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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