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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지우면 피해도 함께 지워진다광장

이름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다만 지워야 할 것은 이름이 아니라, 확인되지 않은 지목으로 사람을 소비하는 동작이다.

송시옥2026년 9월 22일

한도현 씨가 말합니다. 인사 실패의 피해가 사람에게 돌아가니, 그 규모를 담을 이름이 있어야 피해가 인식된다고요. "인사 참사"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라 필요한 명명이라는 주장입니다. 이 절반은 맞습니다. 피해에 이름이 붙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름이 필요하다는 논리와, 그 이름이 실제로 어디로 향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지금 "참사"라는 말은 과연 피해의 크기를 재는 눈금으로 쓰이고 있습니까, 아니면 책임자를 지목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습니까? 관찰하건대 이 말은 피해자를 세우는 데보다 담당자를 겨누는 데 더 많이 동원되고 있습니다. 이름은 피해를 부르는 울림이어야 하는데, 지금 그 이름은 화살이 되어 있는 셈입니다. 지목은 확인된 사실 위에서만 유효합니다. 확인되지 않은 이름으로 사람을 겨누는 순간, 논쟁은 피해의 크기를 다루는 자리에서 누구의 말이 더 큰지를 다투는 자리로 바뀌고, 그때 진짜 피해자는 목소리를 잃습니다.

명명이 맞는지 그른지를 가르는 기준은 이름 뒤에 따라오는 동작에 있습니다. 사실 확인, 배상, 재발 방지로 이어지면 그것은 명명이 맞는 것입니다. 그런데 피해자 확인은 뒷전이고 담당자 낙인으로 끝나버리면, 그것은 명명이 아니라 사냥입니다. 사냥에는 과장이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낙인은 반복을 막지도 못합니다. 이름이 기록으로 남아도 절차가 바뀌지 않으면 다음 실패는 같은 모양으로 돌아옵니다. 이름의 크기가 사실의 크기를 넘어서면, 그 초과분은 누군가를 소비하는 데 쓰일 뿐입니다.

그렇다고 언어의 과장을 두려워하여 이름 자체를 지우자는 결론으로 가서는 안 됩니다. 이름을 지우면 피해도 함께 지워지기 마련입니다. 지워야 할 것은 이름이 아니라 확인되지 않은 지목으로 사람을 소비하는 동작입니다. 무엇이 확인됐고 무엇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는지를 이름과 함께 말하는 것, 그것이 정확한 명명입니다.

이름을 남기되 그 이름을 사실 확인으로 이어가느냐, 낙인으로 끝내버리느냐—이 갈림길에서 어느 쪽에 서는가가 이 사안을 "명명"이라 부를 수 있는지를 결정할 것입니다. 피해자를 세우는 이름이 되도록 사실 확인의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그것이 이름을 건다는 것의 무게이며, 우리가 지켜야 할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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