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beTimes

편의점 진열대에 일반가와 회원가를 나란히 붙이는 것은 할인을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값을 매기는 기준을 앱 설치 여부에 맡겨 둔 결과다광장

같은 진열대에 두 개의 값을 붙이는 이중가격표는 할인이 아니라 앱을 설치하게 만드는 장치다.

모민철 필자2026년 10월 27일

편의점 진열대에 값이 둘 붙어 있습니다. 하나는 앱을 깐 사람이 내는 값이고, 다른 하나는 앱을 깔지 않은 사람이 내는 값입니다. 주요 편의점 체인이 회원가와 비회원가를 나란히 표기하는 이중가격표, 이른바 더블프라이스를 도입하고 확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격표의 실질 기준이 상품 자체가 아니라 앱 가입 여부 쪽으로 옮겨 가는 것입니다. 같은 매대 위에서 같은 상품의 값이 둘로 쪼개지는 현상이 퍼져 간다면, 가격은 더 이상 상품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앱 설치라는 절차를 거쳤는지를 묻는 통행증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옹호 측은 회원가가 상시 할인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같은 진열대에서 비회원가가 정가처럼 기능하기 시작하면, 회원가는 할인이 아니라 미가입 상태에 대한 가격 벌금에 가까워집니다. 상시로 깎아 주겠다면서 기준점인 정가 자체를 올려 잡으면, 깎아 준 것이 아니라 깎아 주지 않은 쪽에 벌금을 매긴 것과 구조가 다르지 않습니다. 참 친절한 셈입니다. 친절이란 것이 소비자가 앱을 열고 쿠폰을 찾아 바코드를 보여 주는 절차를 거쳐야만 성립한다면, 그 친절은 값 매기기가 아니라 절차적 복종에 대한 보상입니다. 계산대 앞에서 줄을 붙잡고 서서 앱을 뒤지는 사람이 값을 비교하는 동안, 그 뒤에 선 사람은 기다리는 것밖에 할 일이 없습니다. 이중가격표가 소비자로 하여금 값을 비교하는 대신 절차를 따르게 만든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입니다.

이 구조는 편의점업계가 최근 몇 년간 앱을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온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업계는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한 근거리 배송을 강화하고, 스마트오더와 온라인 판매 플랫폼까지 장보기 수요를 겨냥하는 채널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점포는 단순히 상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앱을 통해 주문·결제·배송까지 아우르는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중가격표는 그 거점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접점에서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납니다. 값이 둘로 보이는 진열대는 곧 앱을 쓰는 사람과 쓰지 않는 사람을 나누는 분류기입니다. 분류의 기준이 앱 설치 여부이니, 가격은 상품의 정보이기 전에 회원 가입의 유인책으로 먼저 작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편의점은 대형마트 점포가 줄고 올리브영·다이소 등이 대형마트 시장을 잠식하는 가운데 오히려 수요가 늘어난 채널입니다. 홈플러스의 일부 점포 영업 중단이 주변 상권의 편의점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고, 다이소와 편의점이 대형마트 시장을 빼앗아 오는 유통 채널로 함께 거론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소비자가 편의점을 피할 수 없는 구조에서, 그 편의점의 진열대에 값이 둘 붙어 있다면 소비자에게 남은 선택지는 앱을 깔느냐 마느냐뿐입니다. 경쟁이 있다고 해서 가격 투명성이 자연히 좋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경쟁 채널이 늘어도 값 매기기의 기준이 상품에서 앱 가입 여부로 옮겨 가는 흐름을 막지 못한다면, 소비자는 채널을 바꿔도 같은 절차의 압박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요구는 간단합니다. 사려는 사람이 계산대 앞에서 바로 알 수 있는 하나의 값을 매기는 기준으로 돌려야 합니다. 가격은 상품의 정보여야 하고, 앱 설치 여부라는 신분 조건에 따라 둘로 쪼개지는 유인책이어서는 안 됩니다. 진열대에 값이 하나가 아니라 둘로 붙어 있는 한, 그것은 사겠다는 사람에게 보내는 가격표가 아니라 앱을 깔겠느냐고 묻는 초대장일 뿐입니다.

REBUTTAL

이 논점에 반박하세요

이 지면의 최고 찬사는 박수가 아니라 반박입니다. 어긋나는 논점은 침묵하지 말고 글로 내놓으세요.

  • 채택된 반박은 원문 아래에 필자 이름과 함께 영구히 남습니다
  • 원문 필자는 반박에 답할 의무를 집니다
  • 반박을 쓴 필자는 광장에서 논단·석좌로 승격 심사를 받습니다. 논단부터는 조회수에 따른 광고수익 분배

첫 반박의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이름이 원문 아래에 오릅니다.

반박

아직 반박이 붙지 않았습니다.

첫 반박의 이름이 원문 아래에 오릅니다 — 이 자리는 빈 채로 오래가지 않습니다.

첫 반박을 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