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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서에 아무 표시 없이 실리는 선택관리비는 입주민이 고른 것이 아니라 동의 없이 걷는 두 번째 관리비다광장

선택관리비라는 이름은 입주민이 고른 적 없는 항목에 붙어서는 안 된다.

모민철 필자2026년 10월 21일

관리비 고지서에서 '선택'이라는 말이 사라진 지 오래됐습니다. 아파트 관리비는 원래 모든 입주민이 내야 하는 필수 관리비와, 입주민 동의를 거쳐 부과하는 선택관리비로 나뉩니다. 소독비, 난방·급탕 공급비, 승강기 유지비, 조경비 같은 항목이 여기에 속하는데, 종류를 따져 보면 알 수 있듯 이것들은 없어도 되는 서비스가 아니라 두고 볼 때 꼭 있는 게 편한 서비스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단지가 부과하고, 대부분의 입주민이 냅니다. 문제는 부과와 납부 사이 어디에도 동의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법리로만 보면 선택관리비는 계약입니다. 입주민이 원해서, 입주민이 동의해서, 그 범위에서만 걷는 돈입니다. 그런데 매달 오는 고지서를 펼쳐 보십시오. 어느 줄에 소독비가 실리는지, 그 소독비가 작년 입주민 총회에서 승인된 것인지, 몇 년치 동의에 근거한 것인지 적혀 있는 경우를 본 적이 있습니까. 대부분의 고지서는 항목의 구분조차 흐릿하게 통합 부과해 옵니다. 통계로 확인된 바는 없지만, 고지서를 직접 받아 본 입주민이라면 품목 구분이나 동의 근거를 명시한 문서를 봤다는 이야기를 좀처럼 듣지 못할 것입니다. 가장 자유로워야 할 항목이 가장 강제에 가깝습니다.

순환이 끊기는 자리는 또 있습니다. 입주민대표회의가 구성된 단지라면 그래도 의결 기록이라도 남지만, 입주민대표회의 구성이 어려운 사업주체 관리 단지에서는 동의를 받아 줄 창구 자체가 희미해집니다. 이런 단지에서 선택항목이 관리비 안에 편입되는 사례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릅니다. 편입이 무조건 잘못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승강기를 멈추고 조경을 말리는 단지가 살 만한 곳이기는 어렵습니다. 잘못된 것은 순서입니다. 먼저 걷고, 동의는 나중에, 있다면, 붙는 구조입니다.

이 지적이 나올 때마다 돌아오는 답이 있습니다. 제도가 이미 갖춰졌다는 답입니다. 관리비 산정 내역의 표준양식이 마련됐고, 전자고지도 확대됐다고 합니다.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 양식과 그 고지 어디에도, 이 항목은 선택이며 이 날짜에 이 근거로 동의를 받았다는 한 줄이 자리 잡았다는 이야기는 좀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절차의 모양새만 갖춰졌을 뿐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새로운 제도가 아니라 한 줄의 기재입니다. 고지서의 선택관리비 항목에는 반드시 품목명과 동의의 근거 — 언제, 어느 의결기구에서, 몇 표로 승인되었는지 — 를 명시하도록 의무화해야 합니다. 고지서는 사후 통지가 아니라 계약의 증빙이기 때문입니다. 동의 근거를 적을 수 없는 항목은 그 순간 부과 근거가 없다는 뜻이고, 그렇다면 다음 총회 안건으로 넘기면 됩니다. 제도를 더 만들자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있다는 제도가 고지서 한 장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도달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매달 나가는 돈이 얼마인지 세는 질문은 이제 충분히 나왔습니다. 다음 질문은 그 돈이 누구의 동의로 걷히고 있느냐입니다. 고지서 한 장이 입주민과 관리 주체 사이의 유일한 계약서 구실을 하는 이상, 그 장 어디에도 서명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답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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