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의 이유를 밖에서만 찾는 것은 시장을 지키는 일이 아니라 남아 있을 이유를 안에서 없애는 일이다광장
코스피 5000선 붕괴와 신저가 844개, 외국인 매도 행렬 — 밖의 탓만 하기엔 숫자가 너무 분명하다.
가장 시끄러운 외부 탓이 가장 위험한 내부 부실을 감추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단기간에 두 자릿수 폭락했고 코스피 5000선이 무너졌으며, 신저가 종목이 쏟아지는 와중에 외국인 자금이 기록적 속도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이 모든 하락을 외부 변수 하나로 설명하려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떠나는 돈의 속도와 규모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지난 한 주 동안 외국인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7조6000억 원 넘게 팔아넘겼습니다(헤럴드경제, 11.7; 매일신문, 11.7; 핀포인트뉴스, 11.7). 디지털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외국인 보유율은 17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고, 매일신문은 SK하이닉스가 한 주새 20% 폭락하며 보유율이 5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고 전했습니다(디지털타임스, 11.7; 매일신문, 11.7). YTN은 외국인이 올해에만 거의 200조 원 넘게 팔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YTN, 10.17). 미국 경제지표 개선과 달러 강세, 금리 영향으로 외국인 수급 부담이 이어질 수 있다는 미래에셋증권 서상영 상무의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유안타증권은 가장 큰 부담이 외국인 수급이었으며 투매와 강제매도 우려가 하락세를 키웠다고 짚었습니다(디지털타임스, 11.7; 헤럴드경제, 11.7). 투데이신문은 외국인이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매물을 쏟아내자 코스피가 장중 5000선까지 밀렸고 코스닥은 1년 3개월 만에 장중 700선이 무너지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고 보도했습니다(투데이신문, 7.28). 이 수치들은 외부 충격이라는 말 하나로 묶기에는 구조적 이탈의 무게가 큽니다.
왜 이 속도로 빠져나갑니까. 외국인의 매도가 단기 투매라면 기다리면 된다는 시각도 있지만, 강제매도 우려까지 겹친 매도세는 기다림으로 버틸 시장이 아닙니다(헤럴드경제, 11.7).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이 두 종목이 반도체 업황과 수출 흐름을 가늠하는 대표주라는 점에서, 여기서 빠지는 자금은 개별 종목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시장 전체의 수급을 흔드는 일입니다(핀포인트뉴스, 11.7). 3개월 연속 10~20%대 하락하면서 유망기업에서조차 투매가 일어났는데, 이는 규제 불확실성이 시장에 어떤 파장을 만드는지 보여줍니다(데일리한국, 8.11). 그때는 브로커리지 신용규제와 상장유지 요건 강화가 호재로 읽히며 코스닥이 7거래일째 상승하기도 했습니다(데일리한국, 8.11). 규제의 방향이 시장에 분명히 전달되면 수급은 회복됩니다. 지금 그 신호가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규제를 둘러싼 정치 공방이 안방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규제의 방향과 속도, 일정을 시장에 알리지 않은 채 입장 투쟁만 이어가면 그 빈자리에 공포가 들어앉을 뿐입니다. 떠나는 돈의 속도와 크기가 이미 숫자로 증명된 마당에 규제 논쟁의 옳고 그름만 따지는 것은 대응이 아니라 방치입니다.
폭락의 이유를 밖에서만 찾으면서 남아 있을 이유를 안에서 없애고 있는 셈입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시장에 먼저 보여야 할 것은 규제의 방향·속도·일정이라는 안전판이고, 개인투자자의 불안을 덜어주는 최소한의 신호입니다. 숫자가 이미 떠난 시장에 남아 있는 것은 불안한 개인투자자들인데, 규제가 어디로 향하는지조차 알려주지 않는다면 다음에 무너지는 것은 주가가 아니라 시장 자체에 대한 신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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