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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은 정치보복 시비가 아니라 사건마다 달라지는 수사의 잣대다광장

여야가 정치보복 시비를 벌이는 사이, 경찰 신뢰를 갉아먹는 것은 사건마다 달라지는 수사의 잣대다.

정서린 필자2026년 10월 14일

같은 고발장 하나가 두 수사기관에 동시에 접수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시민단체 민생경제연구소와 서울의소리 등은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 딸의 수사무마 의혹과 관련해 경찰청과 중수청에 직권남용·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장을 냈고, 양쪽 모두 접수했습니다. 한 의혹을 두 기관이 나눠 받는 구도가 만들어진 셈인데, 이는 곧 어느 쪽이 수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심을 스스로 낳는 배치입니다.

국감에서 이 의혹이 집중포화를 맞은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었습니다. 여당은 부실수사를 문제 삼으며 재수사를 촉구했고, 한쪽은 이를 '비열한 정치보복'으로 맞받았습니다. 그런데 양쪽 모두 정작 수사의 기준을 논하지 않습니다. 여당은 수사가 부실했다는 점을, 한쪽은 수사 자체가 정치 공격이라는 점을 각각 강조할 뿐, 고발장이 접수되면 피의자가 누구든 같은 절차로 같은 속도로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은 어느 쪽 입에서도 나오지 않습니다. 수사를 정치 공방의 탄약으로 쓰는 데는 여야가 한통속인 셈입니다.

같은 국감에서 응급실 급습 수사와 민생사건 뒷북 수사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사건마다 수사의 속도가 달라지고, 사건마다 수사의 깊이가 달라지고, 사건마다 수사의 절차가 달라집니다. 여야가 공동으로 지적한 것은 결국 하나입니다 — 잣대가 흔들린다는 것. 그런데 정작 본인들이 쏘아올린 의혹의 처리에서는 자기편에 유리한 속도와 불리한 속도를 구분해 쓰고 있습니다.

경찰은 2022년 5월 접수된 한동훈 딸 허위 스펙 의혹 고발장을 1년 7개월 만인 2023년 12월 불송치로 종결했습니다. 그러다 국감에서 압박이 들어오자 "새로운 사실관계가 드러난다면 전면 재수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1년 7개월이 걸린 종결과, 하루 만에 나온 재수사 언급. 이 시차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피의자가 누구든 고발인이 누구든 같은 절차와 같은 속도를 적용했다는 결과를 보여야 합니다. 말이 아니라 결과로 말입니다.

지금 경찰청과 중수청이 해야 할 일은 관할 다툼이 아닙니다. 같은 사건을 두고 어느 쪽이 수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는 의심이 생기는 구도 자체가 이미 신뢰의 붕괴입니다. 두 기관이 다퉈야 할 것은 관할이 아니라 기준의 일관성입니다. 여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접수된 고발의 처리 속도와 깊이로 상대를 평가하겠다는 자세가 아니라, 내 편의 고발은 빨리, 상대편의 고발은 느리게 바라는 태도를 버려야 합니다.

잣대가 흔들리는 한, 수사가 권력의 언어로 읽히는 것은 경찰 탓이 아니라 그 잣대를 흔들어놓은 쪽의 책임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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